북한이 대한민국을 '적대 국가'로 규정한 내용을 담아 헌법을 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말부터 내세운 '적대적 두 국가론'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북한은 '남(南) 무인기 평양 침투' 주장에 이어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일부 구간 폭파 등 한반도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 올리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북측 구간 일부를 폭파한 사진을 공개하면서 "대한민국을 철저한 적대 국가로 규제한 공화국 헌법의 요구와 적대 세력들의 엄중한 정치·군사적 도발 책동으로 말미암아 예측 불능의 전쟁 접경으로 치닫고 있는 심각한 안보 환경으로부터 출발한 필연적이며 합법적인 조치"라고 보도했다.
앞서 북한이 지난 7~9일 최고인민회의에서 개정한 헌법에 '대한민국은 적대 국가'라는 표현이 들어갔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간접 확인한 것이다. 다만 영토 조항 개정 여부 등은 이날도 공개하지 않았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북국경 폐쇄 관련 보도에서 여전히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행사령역과 대한민국의 령토를 철저히 분리'라고 표현(북한=주권행사영역, 대한민국=영토)했다"며 "영토라는 동일 용어 사용을 피한 것으로 볼 때, 영토 조항을 신설했다기 보다는 헌법 서문에 다른 방식으로 포괄적으로 반영했거나 아예 미반영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영토 조항을 통해 국경 설정을 하고 영토 분리에 의한 두 국가를 명확히 할 경우, 기존의 정전협정체제는 무의미해질 수 있다"며 "휴전 중인 임시적 군사분계선을 관리하는 것이 아닌 국가간 국경체제로의 변화를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통일부는 북한의 '적대 국가 헌법개정'을 강력 규탄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통일에 대한 우리 국민과 북한 주민들의 염원을 저버리는 반통일적이고 반민족적인 행위"라며 "정부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할 것이며, '8·15 통일 독트린' 후속 조치를 차질 없이 이행하는 등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이날 경의선·동해선 폭파로 완전 폐쇄된 곳이 강원 고성군 감호리 일대 도로와 철길 60m 구간, 개성시 판문구역 동내리 일대 도로와 철길 60m 구간이라고 발표했다. 아울러 "폐쇄된 국경을 영구적으로 요새화하기 위한 우리의 조치들은 계속 취해질 것"이라면서 국경 분리를 위한 추가 조치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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