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을 위해 쓰레기를 줍는다."
세계 최고의 야구선수인 오타니 쇼헤이의 유명한 어록이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세계 최고의 야구 선수가 되겠다는 일념하에 만다라트 계획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끈 건 바로 '운'이라는 영역이다. 구속과 구위, 멘털 등 야구 선수로서 필요한 것뿐 아니라 오타니는 운이 있어야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된다고 굳게 믿었다. 일명 '운칠기삼(세상의 모든 일에 있어 운이 7할, 재주(노력)가 3할)'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한 노력도 유명한 일화가 있다. 강력한 공을 던지기 위해 벌크업을 시도한 그는 하루에 밥을 10공기 이상을 먹으며 단련했다. 결국 그는 메이저리그 어느 선수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몸을 갖게 됐다.
이처럼 오타니는 자신의 인생 전부를 야구에 바쳤다고 할 만큼, '야구에 진심인 남자'다. 메이저리그 최초 50홈런-50도루, 사상 최초 2시즌 연속 10승-10홈런을 달성해 야구계에 신드롬을 일으켰다. 메이저리그 신인왕·MVP,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우승 등 이미 굵직한 타이틀을 갖춘 그이지만, 부족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WS) 우승이다.
일명 '약팀' 에인절스에서 뛴 오타니는 드디어 '강팀'에 입성했다.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을 취득한 오타니는 에인절스의 지역 라이벌인 LA 다저스와 10년 총액 7억 달러(약 9600억원)를 받는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다저스는 내야수 프레디 프리먼, 무키 베츠 등 MVP 출신 타자들과 야마모토 요시노부, 워커 뷸러 등 강력한 투수진을 갖춰 항상 'WS 우승 후보'로 언급되는 팀이다. 올해 다저스 소속으로 첫 시즌을 뛴 오타니는 팔꿈치인대접합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은 여파로 타자에 전념했다. 타자로만 경기에 나서게 된 오타니에게 다저스가 '오버페이'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그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아무도 해내지 못했던 '50홈런-50도루'를 넘어 '54홈런-59도루'라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세웠다. 타율 0.310, OPS 1.036으로 꾸준한 타격감도 뽐냈다.
이러한 오타니의 활약이 더해진 다저스는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하며 가을 야구에 합류했다. 이어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에서 '라이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3-2로 꺾으며 내셔널리그 챔피언 결정전(NLCS)에 올랐다. NLCS에서 '부자 구단' 뉴욕 메츠를 만난 다저스는 시리즈를 2-1로 앞선 가운데 펼쳐진 18일 경기에서 10-2로 승리를 거두고 월드시리즈 진출에 단 1승 만을 남겨뒀다. 과연 오타니는 자신의 숙원인 월드시리즈 우승의 감격을 첫 번째 가을 야구에서 만끽할 수 있을까. 자신이 세운 계획대로 26세에 월드시리즈 우승은 결국 이루지 못했지만, 4년이 지난 뒤 세계 제패를 향한 꿈이 그의 눈앞으로 다가왔다. 항상 모두의 기대를 충족시켰던 오타니가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품으며 야구 선수 인생의 '화룡점정'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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