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가 내려가면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신용등급 'A'급인 기업들이 이달 줄줄이 회사채 발행에 나서는 가운데 수요예측에서도 흥행을 보이고 있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8일까지 회사채 발행액은 9조608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전체 발행 규모 대비 95% 수준에 임박하고 있다. 발행액에서 상환액을 뺀 순발행액은 4조9670억원을 기록했다.
이달에는 신용등급 A급 기업들의 채권 발행 수요가 크다. 통상 AA급 이상을 우량채, A급 이하는 비우량채로 분류한다. 대신에프앤아이(A), 여천NCC(A), 대한항공(A-), 롯데하이마트(A+), 한화에너지(A+), HK이노엔(A0), LS(A+), 세아제강(A+), 키움에프앤아이(A-), HD현대(A0), SK실트론(A+), 국도화학(A+), 롯데건설(A+) 등이 발행에 나선다.
A급 회사채에 대한 수요는 크다. 대신에프앤아이는 지난 7일 수요예측 결과 목표액 대비 10배 넘는 수요를 확보했다. 만기별로 2년물 400억원 모집에 3800억원, 3년물 200억원 모집에 2530억원이 몰렸다. 2년물과 3년물은 각각 800억원, 400억원으로 증액 발행했다.
지난 15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대한항공도 총 1500억원 모집에 4330억원에 이르는 매수 주문을 받았다. 롯데하이마트도 2년물 400억원 모집에 1750억원, 3년물 400억원 모집에 1800억원이 몰렸다. 특히 롯데하이마트는 신용등급이 'AA-'에서 'A+'로 강등됐음에도 흥행에 성공했다.
미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인하하는 빅 컷을 단행하고,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는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서면서 기업들의 발행 수요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업종별로 투자심리는 갈리고 있다. 여천NCC는 차환 발행을 위해 총 1000억원 모집에 나섰으나 매수 주문은 40억원에 그쳤다. 석유화학업황에 대한 우려가 연초부터 이어진 탓이다. 중국 경기 부진, 공급과잉 등이 겹치면서 석유화학업종 전망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회사채 훈풍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이 매파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하긴 했으나 결국 장기적으로 기준금리가 내려가고 회사채 금리 역캐리 해소 등으로 우호적인 수요가 지속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리테일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수요도 뒷받침하고 있다. 개인은 이달 18일까지 3680억원어치를 사면서 회사채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 들어 외국인, 기관, 개인이 사들인 회사채는 총 22조8258억원이며 이 중 8조1548억원(35.7%)을 개인이 사들였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내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하나 내년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감안할 때 회사채 투자 수요는 지속될 것"이라며 "회사채 금리도 국고채 금리와 함께 하향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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