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고 야구부의 '황금세대'가 '유종의 미'를 거두고 고교 무대를 떠난다. 이제 3학년 일부는 프로에서 활약할 예정이다. 지명받지 못한 선수들도 대학으로 향해 야구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전주고는 지난 17일 경남 진해야구장에서 열린 '제105회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 남자 고등부 야구 결승전에서 경남고를 상대로 4-0으로 완승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전주고는 앞서 청룡기, 봉황대기에 이어 올해 고교 야구 '3관왕'에 올랐다.
더욱이 전주고는 지난 1985년 우승 이후 오랜 기간 메이저 전국 대회(청룡기, 황금사자기, 대통령배, 협회장기(현 신세계 이마트배), 봉황대기) 무관을 경험했다. 올해 청룡기에서 무려 39년 만에 우승하며 갈증을 푼 전주고가 이후 승승장구하며 봉황대기에 이어 전국체전까지 우승했다. 전국체전은 지난 2006년 우승 이후 18년이 지나서야 다시 금메달을 따냈다.
이뿐 아니라 전주고의 '3관왕'에는 행운이 따랐다. 에이스 정우주가 신일고에서 전주고로 전학해오면서 더욱 탄탄한 전력을 만들었다. 고교야구 무대는 에이스의 존재감이 절대적이다. 시속 150㎞를 쉽게 뿌리는 정우주가 마운드에 버틴 전주고는 상대 타자들을 손쉽게 요리했다.
정우주가 물러나도 이호민이 있었다. 이호민은 정우주처럼 '파이어볼러' 유형은 아니다. 그렇지만 빼어난 제구력과 변화구 구사 능력을 토대로 예상보다 빠르게 지역 연고 팀인 KIA 타이거즈의 선택을 받았다. 여기에 기복 없는 플레이가 강점이다. 언제든 마운드를 맡겨도 든든한 선수다.
이한림은 그야말로 '제2의 양의지'를 연상케 한다. 무심히 치는 타법에도 제법 공이 멀리 날아간다. 포수 수비력도 준수하다는 평가다. '리더십' 역시 우수하다고 정평이 났다. 야구는 '포수'를 '안방마님'이라고 칭한다. 그만큼 포수의 영향력이 상당한 종목이다. 그의 진가는 지난 봉황대기에 나왔다. 정우주와 이호민이라는 '에이스 원투펀치'가 청소년 대표 차출로 부재한 상황 속에서도 꿋꿋이 팀을 이끌고, 기어코 우승 결실을 맺었다.
이 외에 외야수 서영준(LG 트윈스 5라운드), 내야수 최윤석(SSG 랜더스 6라운드), 내야수 엄준현(KIA 타이거즈 9라운드)도 지켜볼 만하다.
서영준은 장타력이 일품인 거포 자원이다. 지난 봉황대기에서 빼어난 타격감을 선보이며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정우주, 이호민이 없는 상황 속 우승할 수 있었던 건 이한림의 리더십과 더불어 서영준의 맹타가 큰 몫을 담당했다.
최윤석과 엄준현도 잠재력이 풍부하다. 최윤석은 빠른 발과 강한 어깨, 파워까지 겸비한 '툴'이 뛰어난 내야수다. 엄준현은 작은 신장에도 다부진 플레이를 펼친다. 내야 전 포지션 수비가 가능하다.
전주고 출신으로 우승을 3번이나 맛 본 6명의 선수는 이제 프로 무대에 도전한다. 드래프트 지명이라는 1차 관문을 넘은 이들은 이제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 전주고의 황금기를 이끈 3학년 선수들은 프로 무대에서 어떤 기록을 남길까. 이들의 야구 인생이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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