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는 19일 열렸다. 참가자들은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을 시작으로, 경복궁-청와대-창덕궁-창경궁-경희궁-덕수궁 등 13㎞에 이르는 코스를 걸었다. 이들은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길을 걸으며,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다시금 새겨보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올해 처음으로 시민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은 특별한 매력을 더했다. 광화문 바로 앞 동편에 자리한 의정부 터는 8년에 걸친 발굴과 정비를 거친 끝에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으로 재탄생했다. 의정부 터의 변신은 서울의 역사성 회복에 한 획을 긋는 성과로 통한다.
의정부는 조선 시대 최고 행정기구로, 1400년(정종 2년)부터 1907년까지 영의정·좌의정·우의정 등이 국왕을 보좌하면서 국가 정사를 총괄했던 곳이다. 2013년 터가 최초 확인된 후 2016년부터 발굴과 정비가 이뤄졌다. 이후 역사 및 학술 가치를 인정받아 2020년에 국가지정유산 사적으로 지정됐다. 또한 의정부 터에서는 백자청화운봉문 항아리편 등 760여 점에 이르는 유물도 출토됐다.
경복궁은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대표적 장소다. 특히 경복궁 내에서 비교적 인적이 드문 ‘태원전’은 궁궐의 아름다움에 취하기에 더없이 좋다.
주변에 높은 건물도 없어서 조용한 툇마루에 앉아, 여유를 즐길 수 있다.
‘향기에 취하다’라는 뜻의 취향교가 위치한 향원정은 작지만 아늑한 인공정원이다. 벤치에 앉아 고운 단풍으로 물든 가을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
2022년 국민에게 개방된 청와대도 트레킹 코스에 포함됐다. 정부는 본관과 관저, 상춘재, 녹지원 등을 관람객들에게 개방했다. 청와대 곳곳이 아름답지만, 특히 각국 주요 정상들과 회담과 담소를 나눴던 상춘재는 한옥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으로 손꼽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 부부를 이곳에 초대한 바 있다.
녹지원은 청와대 경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이란 평을 듣는다. 180여 년의 세월을 견딘 소나무의 웅장함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창덕궁은 그 역사적 가치가 크다. 1411년 조성된 창덕궁의 금천교는 현존하는 궁궐 안 돌다리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특히 궁궐의 위엄을 드러내는 조각상과 아름다운 문양이 돋보인다.
4대 궁과 달리 옛 건물이 대부분 사라진 ‘경희궁’은 우리 역사의 아픔을 상기시킨다. 고종 때 경복궁 중건을 위해 전각 등이 다수 해체된 데다가 일제강점기에 학교와 관사 등이 들어서면서 과거의 찬란함을 잃었다.
창경궁 뒤뜰의 연못 춘당지는 형형색색의 단풍으로 물든 풍경이 장관을 이룬다. 춘당지의 인공섬과 나무가 수면 위에 비치며 나타난 화려한 자태는 가을에만 느낄 수 있는 절경이다.
조선시대 마지막 왕인 고종의 거처였던 덕수궁에서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멋을 느낄 수 있다. 덕수궁관리소와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는 디즈니 100주년을 기념해 덕수궁 돈적전에서 ‘미키 in 덕수궁: 아트, 경계를 넘어서’ 전시를 공동 개최 중이다. 궁궐 곳곳에 디즈니 캐릭터들도 세워져, 궁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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