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제한하자 대출 수요가 신용대출과 2금융권으로 옮겨가고 있다. 금융당국은 2금융권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연이어 진행하는 등 풍선효과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7일 기준 731조689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730조9671억원에서 7221억원 증가했다.
5조6029억원 증가했던 9월과 비교하면 가계대출 증가 폭은 확 꺾였다. 이는 주담대 상승 폭이 줄어든 영향이며 10월 주담대 잔액은 997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책이 주담대 상승 폭을 줄이는 데 영향을 미쳤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9월 1일부터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시행했다. 은행권 또한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에 따라 주담대 금리 인상과 다주택자의 주담대 취급 제한 등 대출 억제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다만 같은 기간 신용대출은 오히려 상승 폭을 키웠다. 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17일 기준 104조1165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지난달 말 103조4571억원에서 6594억원 증가한 규모다. 9월 말 신용대출 증가 폭은 단 9억원에 그쳤지만 이달 들어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가계대출 억제책이 주담대에 집중된 상황에 대출 수요가 신용대출로 옮겨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DSR 규제가 강화되고 은행들이 주담대 대상·한도를 제한하면서 신규 주담대 대출 수요가 신용대출로 옮겨갔다"고 분석했다. 특히 주택 매수 잔금 등을 이유로 하는 마이너스 통장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옮겨가는 풍선효과도 우려되고 있다. 지난달 2금융권 중 새마을금고는 가계대출이 2000억원 늘었으며 보험업권은 4000억원 늘었다. 전달 가계대출 증감 폭이 각각 -2000억원, 3000억원였던 비교하면 대출이 대폭 늘었다. 새마을금고에서는 일반 주담대 수요 외에 집단대출과 중도금 대출 등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집단대출은 신규 아파트 분양자를 대상으로 한 중도금이나 잔금 대출 등을 의미한다. 통상 1금융권이 대부분이지만 최근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조이면서 2금융권도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앞서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올림픽파크포레온' 잔금대출 기관으로 단위농협인 서울 강동농협이 선정되기도 했다.
보험권에서도 3개월째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한화생명과 NH농협손해보험은 주담대 한도가 소진되며 대출을 일시적으로 중단했고, 하나생명도 대출심사 인력 부족으로 신규 주담대 신청을 받지 않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15일 실무 회의를 진행한 데 이어 오는 23일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 주재로 2금융권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풍선효과가 나타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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