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속 드러나는 북한군 파병 실체…북러 '혈맹' 격상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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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기자
입력 2024-10-2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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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파병 북한군에 한글 설문지 안내…현지 군부대 향하는 북한군 영상 포착도

  • 엇갈린 전문가 주장…"북한군 파병, 전선 도움 안돼"vs"전쟁 양상 바꿀 가능성"

러시아군 장비를 보급받고 있는 북한 병력 사진우크라이나군 엑스 캡처
러시아군 장비를 보급받고 있는 북한 병력. [사진=우크라이나군 엑스 캡처]

혈맹에 가까운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동맹이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러시아가 자국에 파병된 북한군에게 군 보급품 지급을 위해 한글 설문지까지 돌렸다는 정황도 포착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북한군 파병이 전선 상황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과 전쟁 양상을 바꿀 수 있다는 엇갈린 분석을 내놨고, 국제사회는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 CNN 방송은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문화부 소속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를 통해 한글 설문지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설문지에는 한글로 “모자 크기(둘레), 체복/군복 치수와 구두 문서를 작성해 주세요”라는 글과 함께 러시아어로도 같은 내용의 안내가 적혀있다. 러시아와 북한의 군복 크기 표기가 다르기 때문인지 설문지에는 ‘러시아씩 군복의 치수’라는 항목에 ‘2, 3, 4, 5, 6’ 등의 숫자가 적혀있고, 해당 치수에 맞는 신장이 ‘162-168’, ‘168-174’ 등으로 안내된 것이 확인된다.
 
이와 관련해 CNN은 “이 증거는 북한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더 직접적으로 개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우크라이나의 우려를 확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7일 북한이 약 1만명 파병을 준비한다는 정보가 있다고 밝히면서 “세계대전을 향한 첫 단계”라고 주장했다.
 
국가정보원은 18일 “북한이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러시아 해군 수송함을 통해 북한 특수부대를 러시아 지역으로 수송하는 것을 포착했다”며 “북한군의 참전 개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에 따르면 이미 1500명이 청진·함흥·무수단 인근 지역에서 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 상륙함 4척 및 호위함 3척을 이용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1차 이동했다. 조만간 2차 수송 작전이 진행될 것으로 국정원은 내다봤다.
 
CNN이 입수해 공개한 한글 설문지는 앞서 SPRAVDI가 공개한 동영상과 함께 북한군 파병 사실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증거로 나타나고 있다. 앞서 SPRAVDI는 연해주 세르기예프스키 훈련소로 보이는 장소에서 우크라이나 배치에 대비하는 북한 군인의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는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동양계 군인들이 러시아군으로 추정되는 군인으로부터 장비를 배급받는 모습이 담겼다. 텔레그램 채널 파라팩스는 파병된 북한 군인이 러시아에서 훈련 중이라며 병사들이 줄지어 군사기지에 들어가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북한군 파병과 관련해 전문가들의 입장은 엇갈렸다. 러시아 군사평론가 미하일 호다레노크는 현지 매체 가제타에 “전장에 투입된다는 1만2000명이라는 북한군 수가 전투에 큰 변화를 주거나 러시아군 전력에 큰 도움이 되는 규모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북한군 파병에 관해 확인하지 않았고, 북한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중국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점을 들며 “이 사건은 추측의 영역에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북한군이 큰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하면 몇몇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자국 군대의 파병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니얼 프리드 전 폴란드 주재 미국 대사는 북한군 파병 현실화에 대해 “러시아가 동맹을 끌어들여 전쟁을 확대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앞으로 중국이나 이란 등 다른 우방국들의 참여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러시아가 파병된 북한 군인에게 군복과 군화 등 보급품을 원활하게 지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글 설문지까지 준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CNN은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문화부 소속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를 통해 한글 설문지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공개된 한글과 러시아어로 안내된 군복 치수 설문지사진우크라이나 문화부 소속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
러시아가 파병된 북한 군인에게 군복과 군화 등 보급품을 원활하게 지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글 설문지까지 준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CNN은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문화부 소속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를 통해 한글 설문지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공개된 한글과 러시아어로 안내된 군복 치수 설문지.[사진=우크라이나 문화부 소속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

 
미·영·프 “북한군 파병 우려”…미 국방 “北파병 보도 확인 안돼”
 
국제사회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날 주요 7개국(G7) 국방장관 회의가 열린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우크라이나 파병을 위해 러시아에 군을 보냈다는 보도를 확인할 수 없으나 사실이라면 우려된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은 성명에서 “북한은 러시아를 지원함으로써 유럽에서의 갈등을 지속시키고,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으로 지역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며 “이는 글로벌 분쟁이 상호 연결돼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상기시켜 준다”고 지적했다.
 
장 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과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키이우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이 러시아를 돕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하는 것은 엄청난 확전의 위험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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