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전자'를 목표로 했던 삼성전자 주가가 크게 하락해 5만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증권사들은 기업보고서(리포트)를 통해 보수적인 전망과 함께 슬그머니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주가가 5만원대로 하락할 때까지 ‘매도’ 의견을 내놓은 증권사는 없어 증권사 리포트에 대한 신뢰성이 훼손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2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국내 증권사 24곳(8월 1일~10월 18일) 중 삼성전자에 대해 ‘매도’ 의견을 내놓은 리서치센터는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목표주가는 9만1583원으로 같은 날 삼성전자 종가(5만9200원)와는 54.7% 격차가 있었다.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되기 시작한 건 지난 8월 미국 경기 침체로 인한 ‘R(Recession)의 공포’와 엔비디아발(發) 인공지능(AI) 거품론이 제기되면서부터다. 당시 삼성전자(8월 5일, 7만1400원, -10.30%)는 10% 넘게 하락하며 8만원대에서 7만원 초반대까지 급락했다.
이후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반도체 업황에 대한 보수적인 의견까지 내놓으면서 투자심리는 급격히 악화됐다. 맥쿼리는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재무적인 관점에서도 투자매력이 부각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 발표한 올 3분기 잠정 실적에서 영업이익 9조1000억원을 기록해 시장 컨센서스(10조8000억원)보다 2조원(15%) 밑돌았다.
실적이 악화된 요인은 DS부문에서 인센티브 등 일회성 비용이 반영됐고, 메모리 부문에서도 B2C 수요 둔화로 인해 평균판매단가(ASP) 상승이 둔화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 부문에서 일회성 비용과 낮은 가동률로 인해 전 분기 대비 적자 폭을 키운 점도 영업이익에 악영향을 줬을 것으로 해석된다.
이의진 흥국증권 연구원은 “최근 메모리 시장이 분화되며 레거시 제품에 대한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는 판단”이라며 “디램(DRAM)은 내년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능력 증가에 따라 공급이 제한되겠지만 수요 둔화와 중화권 공급 증가로 내년 1분기까지 고객사 재고 조정과 메모리 가격 약세가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증권가에서도 리포트를 통해 삼성전자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지만 투자의견은 ‘매수일변도’로 일관한 셈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내 증권사 수익구조 때문에 리서치센터의 매도 의견이 적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지적한다.
국내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는 기업 광고다. 이해관계가 얽힌 기업을 상대로 분석보고서를 낼 때 투자의견 범위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반면 이러한 제약 조건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외국계 증권사는 매도 의견이 상대적으로 많다.
일부 연구원들은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고 무작정 매도의견을 낼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시장 상황이 단기간 업황과 투자심리를 반영한다면 리포트는 장기적인 전망까지 반영한 결과를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투자는 투자자 본인의 판단과 책임이지만 매도 의견 리포트로 인해 손해를 봤다고 불만을 표하는 일부 고객도 있기 때문에 투자의견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매도라는 확정적 의견보다는 통상 중립 또는 비중축소 등 간접적인 의견을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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