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현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을 저지하기 위해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2차로 낸 가처분 신청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자사주 매입을 통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21일 영풍이 최 회장 측을 상대로 낸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영풍·MBK파트너스와 현 경영진인 최 회장 측은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인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싸고 지분 확보 싸움을 벌이고 있다. 고려아연은 영풍그룹 핵심 계열사로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공동으로 세웠다. 현재 고려아연 경영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 경영은 장씨 일가가 맡고 있다.
영풍 연합은 고려아연이 지난 4일부터 23일까지 자사주를 주당 89만원에 공개매수한다고 하자 이를 두고 "배임 행위"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번 가처분 소송에서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회사를 위한 것인지, 최 회장 등 경영진 개인을 위한 것인지가 쟁점이었다.
지난 18일 열린 가처분 신청 심문에서도 양측은 쟁점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며 공방을 벌였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는 최윤범 회장 개인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주가를 89만원에 매수하려는 것은 주식의 실질 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회사에 재무적 부담을 안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0년간 고려아연 주가는 30만~55만원 정도였다. 1대 주주 영풍이 공개매수에 응할 수 없어 주주평등 원칙에 위배된다는 점도 꼬집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자사주 공개매수는 외부 세력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경영권 방어 수단이라는 취지다. 주당 89만원 매수가에 대해서는 영풍도 83만원까지 공개 매수가를 올린 바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법원은 고려아연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최 회장 측이 자사주 공개 매수를 추진함으로써 자본시장법과 상법, 정관 등을 위반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현재까지 영풍 측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공개매수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영풍 연합은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4일까지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해 공개매수에 나섰다. 이어 이 기간 동안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취득할 수 없게 해 달라며 한 차례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지난 2일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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