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승 칼럼] 약은 약사에게… 소비자 불편은 누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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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승 단국대 경영대학원장(교수), 한국경영학회 수석부회장
입력 2024-10-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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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승 단국대 경영대학원장교수 한국경영학회 수석부회장
[정연승 단국대 경영대학원장(교수), 한국경영학회 수석부회장]
일본이나 미국, 영국 등 해외에 가보면 감기약, 진통제, 위장약 등 다양한 일반의약품들이 슈퍼마켓 등 일반 유통 소매점에서 약사의 복약지도 없이 구매할 수 있음을 많은 분들이 경험했을 것이다. 의약품을 소비자 집객의 핵심 요소로 하여 식료품과 공산품을 병행하여 판매하는 모델은 해외에서는 이미 보편화되어 있다. 이러한 모델을 채택한 미국의 월그린은 연매출 150조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월그린은 100여 년 전에 소형약국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창업자인 월그린은 당시 약국들이 대부분 영세한 소규모 매장을 운영하며 고객 서비스에는 관심이 없다는 점에서 기회를 포착했다. 그는 고객 방문 시 더 쾌적한 환경에서 약을 구매할 수 있도록 세련된 인테리어와 진열, 그리고 친절한 고객 응대로 차별화를 했다. 가게를 찾는 고객들이 늘어나자 그는 손님들이 필요로 하는 잡화와 식료품을 병행 판매했고 사업은 더욱 번창하여 대형 소매점으로 진화하였다. 그 결과 월그린은 전 세계 25개국에 2만1000개 점포를 운영하며 45만명을 고용하는 초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월그린뿐만 아니라 의약품과 일반상품을 병행 판매하여 성장한 유통 기업들이 해외에는 무수히 많다. 우리와 가까운 일본도 일반 의약품인 감기약, 위장약, 연고 등을 약국과 드럭스토어에서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판매자 중심이 아니라 소비자 편의를 최우선 가치로 하여 사업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도 편리하게 의약품 구매와 장보기를 동시에 할 수 있으며, 유통 산업도 발달하여 일자리를 창출했고, 의약품 유통의 효율화와 함께 다양한 일반의약품의 출시를 통해 제약산업도 함께 성장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약은 약사가 판매해야 한다는 약사법 때문에 지사제와 제산제를 포함 의사의 처방이 필요 없는 대다수의 일반의약품도 약국에서만 사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약국은 저녁 시간에는 문을 닫아 급하게 약이 필요할 때 약을 구하기가 어렵다. 인구가 적은 지방으로 가면 약국이 없어 낮에도 약을 구하기가 어렵다. 의정갈등으로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일반 시민들은 급할 때 필요한 일반의약품마저 구하기 힘들어 고통스러운데, 정부는 이에 대해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는다.

약을 구하기 어려운 것은 차치하더라도 일반의약품 구매 경험이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다. 대부분의 약국이 소형이어서 손님들로 북적이는데 근무 약사도 1명 정도여서 처방약 조제하기에도 바빠 일반의약품에 대해서는 복약지도 없이 판매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일반의약품에는 용법 용량 주의사항들이 법률 규정에 따라 자세하게 규정되어 있어 굳이 약사의 복약지도까지 필요한지 모르겠다. 또한, 약사는 소비자가 원하는 브랜드의 의약품이 아니라 마진이 높은 타 브랜드 약을 구매할 것을 권하는 경우를 소비자들은 종종 경험한다. 또한, 일부 약국에서의 불친절한 서비스 경험도 종종 겪곤 한다.

우리 소비자는 의약품을 구매할 때 왜 이러한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가? 의사의 처방 없이 구매 가능한 일반의약품의 약사법상 정의는 “오남용의 우려가 적고, 의사의 처방 없이도 안전성과 유효성을 기대할 수 있으며 인체에 미치는 부작용이 적은 의약품”이다. 이런 의약품을 굳이 약사만 판매할 필요가 있을까? 해외는 그렇지 않다. 정부는 일반의약품의 판매 채널을 약국뿐만 아니라 다양한 유통 채널로 늘릴 필요가 있다. 일부에서는 일반의약품의 해외 직구도 문제삼고 있는데, 정부는 왜 소비자들이 해외 직구 플랫폼을 이용하여 파스, 진통제 등을 구매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분명 해외와 국내의 일반의약품 구매 상황은 상당한 격차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구의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 중인 우리나라에서는 앞으로 노령 인구의 심야 일반의약품 구매 수요가 대폭 늘어날 것이다. 또한, 지방에 거주하는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가 약을 구하기 위해 약국을 찾아 멀리 이동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이제는 소비자 편의를 위해 일반의약품의 유통 규제를 점차 풀어야할 때가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규제는 선진국에서는 찾기 어려운 제도이다. 일반의약품의 경우 퀵커머스를 통한 배달도 가능해지도록 해야 한다.

약사들의 일반의약품 유통 독점으로 약사들은 한약사들과 갈등을 겪어 왔고, 사람에 쓰이는 의약품을 널리 쓰는 수의사들과도 갈등을 겪어왔다. 현재의 일반의약품 판매 제도는 의약품 산업의 가장 큰 수요자인 일반 소비자의 권익을 고려하지 않고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 정부는 인구 노령화에 따른 의사 공급 부족으로 발생할 수 있는 미래 환자들의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이제는 전향적인 방안을 검토할 시점이다.

이제 정부는 국민 편의 증진을 위해 일반의약품 유통 규제를 해소하고 정상화해야 한다. 약사들의 경우 약사가 없는 시간에도 고용원을 통해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면서 다른 일반 상품들도 판매할 수 있게 되어 어쩌면 약사들의 수입이 올라갈 수도 있다. 또한, 일반의약품 유통 과정의 효율성이 제고됨으로써 제약산업뿐만 아니라 유통산업의 발전을 도모하여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효과도 낳을 것이다. 일반 의약품 유통의 모든 이해관계자가 상생할 수 있는 전향적인 정책 개선을 기대해 본다.


정연승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경영학과 학사/석사 △연세대 경영학과 박사 △단국대 경영대학원장 (교수) △한국경영학회 수석부회장 △전 한국유통학회 회장 △전 서비스마케팅학회 회장   △전 서울대 경영대학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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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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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치 의사한테 진료받지 않고 스스로 진단하고 처방전 써라는 의미로 들립니다. 어떤 일반약을 구매하더라도 약사에게 복약상담을 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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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많이 한쪽으로 쏠려있는듯한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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