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연합체인 브릭스(BRICS) 정상회의가 22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에서 2박 3일 일정으로 개막한다. 의장국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비롯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 등 주요 신흥국 정상이 총출동할 예정이다. 당초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브라질 대통령도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머리 부상으로 화상 참석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올해 회의는 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이란·이집트·에티오피아 등 5개 새 회원국을 받아들이기로 한 이후 처음 열리는 회의다. 2006년 중국·러시아·인도·브라질 등 신흥 경제국 모임으로 출범한 브릭스 규모가 확대된 것은 지난 2010년 남아공 합류 이후 14년 만으로, 브릭스 주축인 중국과 러시아는 이번 회의를 통해 반(反)미 세력 결집에 주력할 전망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브릭스 회원국 확대에 대해 “경제보다는 정치와 관련이 더 크다. 중국은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기 위해 남반구 국가들을 끌어들여 대안적인 세계 질서를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확대된 동맹은 주요 7개국(G7)에 대한 강력한 견제 세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과 그 동맹국으로부터 고립된 러시아도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되길 바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는 달러 패권 종식을 위한 협력 도모에 힘쓸 전망이라고 외신들은 내다봤다.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 중인 중국은 '탈달러화'에 앞장서고 있고, 서방의 경제 제재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배제된 러시아 역시 새로운 결제시스템 구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브릭스 회의를 앞두고 러시아 재무부와 중앙은행은 신개발은행(NDB)을 기반으로 연결된 상업은행 네트워크를 통한 결제시스템 도입을 제안하기도 했다. 신개발은행은 미국 주도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에 대항하기 위해 설립된 브릭스 은행이다. UAE와 이란과 같은 주요 원유 생산국이 새 회원국으로 합류하면서 원유 등 원자재 거래에서 탈달러화 시도에 더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새로운 결제시스템 도입 등 반미 움직임에 대한 브릭스 회원국 간 합의가 쉽게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선 인도 등 일부 회원국은 미국 등 서방과 직접 맞설 뜻이 없다. 실제 인도는 사실상 중국 견제용인 미국 주도의 쿼드(Quad, 미국·인도·일본·호주 4자 안보대화)에 속해 있다. 지난해 회원국 확대를 논의할 때에도 인도·브라질은 반미 세력 확장이 아닌, ‘경제적 차원’으로 한정하기를 주장하며 회원국을 늘리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인 바 있다. 뿐만 아니라 회원국이 계속 증가하면 목소리를 단결하기가 쉽지 않다는 부작용도 있다. 새로 합류한 이집트와 에티오피아는 오랫동안 경쟁 관계를 형성해 왔고, 신규 회원국으로 유력한 사우디아라비아가 합류가 확정될 경우 지정학적 긴장 관계에 있는 이란과 대립 구도를 형성할 가능성도 있다.
아미타브 아차리아 아메리칸대 국제서비스대학원 석좌교수는 "브릭스의 확장은 그룹 응집력을 희석시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회원국이 많아질수록 이 문제는 더 악화할 것"이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말했다. 현재 튀르키예 외에도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30여 개국이 브릭스에 가입하거나 협력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로 만나며 '중러 밀착'을 재확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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