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핵심 계열사인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분리해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로 재편하는 방안을 재추진한다. 이번 재편안은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에게 유리한 합병비율로 조정된 것이 특징이다.
21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는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 스캇 박 두산밥캣 대표,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 등 두산 계열사 최고경영진이 참석해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는 기존 1대0.031에서 약 39% 오른 1대0.043으로 변경된 분할합병 비율을 발표하며,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100주 보유 시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88.5주와 두산로보틱스 주식 4.33주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존 안보다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에게 더 많은 주식이 돌아가는 것으로, 주식 가치가 약 39만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증가폭은 주주들이 두산의 성장 가능성을 더욱 높게 평가할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두산에너빌리티를 사업 법인과 두산밥캣 지분 소유 신설 투자 법인으로 인적분리한 뒤 투자 법인을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안은 철회하지 않았다.
박 대표는 "주주들에게 최대한 많은 주식이 지급되도록 비율을 변경했다"며 "이번 재편을 통해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양사의 성장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영업자산 정리를 통해 1조원 이상의 투자 여력을 확보하고, 대형 원전, SMR, 가스·수소 터빈 등에 즉시 투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스캇 박 대표는 "핵심 사업인 소형 건설장비에서 농기계, 지게차 등 인접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지난 5년간 가파른 성장을 이뤘지만, 제품 다각화만으로는 추가 성장에 한계가 있음을 느끼고, 무인화·자동화를 중심으로 한 미래 기술 및 제품에 대한 개발과 혁신을 계속 고민해왔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두산 계열사 경영진과 일문일답.
Q. 이번 지배구조 개편의 의사결정 과정은 어떻게 이뤄졌고, 두산은 함께 논의에 참여하고 있나. 밥캣과 로보틱스의 합병은 장기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나.
A. (박 대표) 지배구조 개편은 주요 계열사들이 참여한 협의로 결정됐으며, 두산은 지주사로서 적극적으로 논의에 참여했다. 합병과 관련해서는, 구조조정 자금이 이미 상환됐고, 올해 개편은 투자 필요성과 밥캣의 실적 하락에 따른 시너지 개선 필요성에 의해 추진됐다. 합병은 향후 1년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나, 그 이후에는 주주와 시장 상황을 고려해 추진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Q. 밥캣의 경영권 프리미엄 43.7%의 비중 산정 방식을 설명 부탁하고, 향후 추가적인 주주 환원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이날 결의 이후 예상되는 시너지는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A. (박 대표) 43.7% 프리미엄은 외부 회계법인을 통해 평가받은 결과로, DCF 방식이나 배당 모형을 활용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바탕으로 현재 시가에 43%를 추가하여 산정했다. 이는 과거 10년간의 인수합병 및 거래 데이터에 근거한 것이다. 주주 환원 계획은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합병 비율 조정을 신중히 검토할 예정이다. 에너빌리티와 로보틱스 간의 모자기업 배치 시, 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운영 효율성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는 주식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로보 사업 분야에서의 협력이 특히 기대된다. 시장 전망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2026년까지 양사 시너지가 구체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Q. 최근 얼라인파트너스가 밥캣에 주주서한을 보내며 포괄적 주식 계약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요청했다. 이와 관련된 답변인지 궁금하다. 또 사업 개편 추진 시 로보틱스와 밥캣의 포괄적 주식 계약의 필요성을 강조하셨는데, 현재 자회사가 2배로 늘어난 상황에서 글로벌 네트워크와 관련한 시너지 창출 가능성에 대한 판단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A. (류 대표) 두번째 질문부터 답하겠다. 사업적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합병이 최선의 방법이다. 포괄적 책임 교환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모회사와 자회사 간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져 공동의 위기에 대한 이익 공유가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러한 협력을 통해 현재보다 더 많은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스캇 박 대표)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이번 개편안에 대해 금융당국과의 소통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국정감사에서도 이 부분이 언급됐다. 금융당국이 이번 안을 수용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이 필요하다. 소액 주주분들의 우려가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다른 회사들도 추가적인 주주 가치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겠다. 이 개편안의 승인 여부는 금감원에서 최종 의사결정 과정을 진행 중이므로, 제가 직접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다만, 실무자들이 금융당국과 계속 소통하며 요구사항을 충분히 반영했다고 생각한다. 주주님들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하고, 독립적이고 투명한 운영을 지속하겠다.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항은 적극 반영하도록 하겠다.
Q. 분할 합병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두산그룹이 밥캣에 대한 간접 지분율을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4%에서 두 배로 늘린다는 점에 대해 비판이 있었다. 이러한 지배력을 확대하는 경영 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A. (박 대표) 이 부분에 대한 궁금증이 많을 것 같으니, 기자님께 보도 자료나 Q&A를 통해 정확한 산식을 제공하겠다. 지배력은 직접 지배력과 간접 지배력으로 나뉘며, 이 과정에서 변동은 없다. 주주사나 지배주주가 얻는 혜택은 결국 배당으로 귀결되는데, 이번 분할 합병을 통해 로보틱스가 가져가야 할 배당이 늘어나는 만큼, 간접 지배율 증가로 인해 배당이 증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된 내용을 Q&A에서 추가로 확인해 주시면 좋겠다.
Q. 밥캣이 최근 흑자를 기록한 것은 맞지만, 과거 적자를 기록했을 때도 있었고, 로보틱스는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시가총액이 밥켓보다 높은 부분이 있다. 주주들이 가장 이슈를 제기한 것은 근본적인 부분에 대한 적극적인 해명이 이루어지지 않아 합병에 대한 오해와 논란이 커졌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경영진의 생각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A. (박 대표) 금융적인 측면에서 보면 불공정한 부분도 있지만, 그 반대로 공정한 측면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시장에서는 로보틱스가 고평가되고 밥캣이 저평가되었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 같다. 이 점을 저희가 놓쳤던 사실이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더욱 신중하게 검토하겠다. 여러 가지 비판이 제기되어 저희가 그 부분을 수정했다. 제도적으로나 시가 외에 DCF 모델을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으며, 밥캣의 가치 평가에 관한 이슈가 해결되면 더 나은 상황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에너빌리티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밥캣 지분 가치는 2조원인데, 이번 사업 재편을 통해 1조원의 투자 여력을 확보한다고 했다. 1조원짜리 법인 지분을 내주고 1조원의 투자 여력을 확보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 또한 부산 로보틱스 자산이 약 5000억원인데, 예전처럼 어려워진다면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A. (박 대표) 2조원 평가는 시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며, 단순히 내주는 것이 아니다. 저희는 차입금을 포함해 약 7000억원을 추가로 확보해 총 1조3000억원 이상을 확보했다. 이 자금은 모두 투자로 이어지지 않으며 여유 자금으로 남길 예정이다. 로보틱스와 신용등급 문제도 신중히 고려하고 있다.
Q. 1조2000억원과 관련된 투자 여력 확보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차입금이 포함되므로 2조원의 투자 여력이 확보되지 않았을 것 같다. 차익을 위해 지분을 외부에 매각하는 것이 더 좋지 않겠느냐는 질문이다. 또한 에너빌리티의 신용도도 봐야 한다. 자회사 지분은 담보 역할이 제한적이며, 차입 능력은 신용도와 재무 건전성에 따라 결정된다. 담보만 있다고 해서 차입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자회사를 담보로 제공할 경우 차입 여력이 줄어든다. 차입금이 늘어나면 재무 건전성이 나빠지고 신용등급이 낮아질 위험이 있다. 이에 대한 우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박 대표) 밥캣의 재무 신용 건전성은 매우 좋다. 에너빌리티와 로보틱스의 차이는 크지 않다고 보고 있으며, 로보틱스가 적자를 보고 있지만 상장으로 충분한 돈을 확보해 운영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밥캣은 그룹 내에서 가장 높은 신용등급을 가진 기업으로, 모회사가 바뀌더라도 신용도에 큰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 말씀드린다.
Q. 두산그룹이 여러 차례 사업 구조를 재편하면서 성장해온 기업이라는 인식이 있다. 지난 2020년도에 산업은행을 비롯한 공적 자금이 지원됐고 국민들은 두산그룹의 성공을 기원했다. 지금 사업 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세 개 회사 모두 이득을 본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국민들에게 설득하는 과정에서 경영진이 이런 식으로 개편이 필요하다고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업적인 설명은 결국 전망에 불과하고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A. (박 대표) 두산그룹은 구조 재편을 통해 성장해온 기업으로,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소통할 것이다. 이번 사업 구조 개편은 지속 가능한 성장과 기업 가치 향상을 목표로 하며,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주주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과거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체계적으로 시너지를 모색해 궁극적으로 주주와 회사 가치를 극대화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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