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원화 환율은 1250원대를 소폭 웃도는 1200원대 중반이 뉴노멀로 자리 잡는 해가 될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중립금리 수준을 목표로 금리인하 기조를 이어갈 전망에 1300원대를 하향 이탈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정학적 위험 요인 극대화에 세계경제 위축세가 지속되며 우리 경제 회복력은 느려질 것으로 보인다.
미 연준 금리인하 속도·기준 주목해야…'미 대선'도 큰 변수
원화 환율의 향방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미 연준이 '어떤 수준과 속도로 금리인하를 지속할 것인가'에 주목해야 한다. 연준은 다음 해 점도표상 1%포인트 인하를 경로상에 올려놓고, 경제의 연착륙을 유도하려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 그러면서 실질중립금리 수준까지 안정적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과거의 사례처럼 연속적으로 금리를 인하할지는 미지수다.단기적으로는 11월에 있을 미국 대선이 통화시장에 크게 영향을 미칠 변수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도 보편적 관세 외 중국에 60% 관세를 붙이는 등 대(對)중국 무역 전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도 중국 정책에 있어서는 강도의 차이일 뿐 이전 바이든 정부의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경제에 중국 수출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중 갈등에 의한 우리 수출 회복력은 더딜 가능성이 크다. 이는 원화에 적잖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지난 2016년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당선일에 원화 환율은 1128원에서 1157원을 오가는 큰 폭의 등락을 보인 바가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지속될 전망…중국 위안화, 원화에 큰 영향
지정학적 리스크에 의한 금융·통화시장 변동성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중동전쟁은 이스라엘이 전장을 다섯 지역으로 확장한 상태이며, 궁극적으로 이란과 전면전을 치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종전은 △적 병력 섬멸 △적 수도 점령 △적국 동맹을 끊음이라는 세 가지 조건 중 적어도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이 논리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완벽하게 조건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이스라엘이 중동 형세를 재편할 수 있는 지위를 획득할 때까지 전쟁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이러한 지정학적 요인에 따른 불확실성이 중동과 중부 유럽에 그치지 않고, 동북아시아로 전이될 수도 있다.주변국 통화인 위안화의 변동도 원화 방향성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위안화는 미 대선 이후 미·중 갈등 심화 양상에 크게 의존하며 원화 방향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최근까지는 중국 정부의 자본 통제와 수출 증가로 무역수지가 흑자를 보인 탓에 위안화가 강세를 보였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경제 불확실성과 유동성 공급 등으로 약세 요인이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
대내적 측면은 부정적 관측…외국인 투자자 이탈 이어져
그렇다면 대내적 측면에서 원화는 강세를 띨 수 있을까. 올해 우리 경제는 △IT △반도체 △자동차 부문 등의 수출 부문에서 반등 흐름을 나타냈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대내외 거시경제 상황을 반영한 증시 부문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이어졌다. 내년에도 국내 외환 수급 상황이 원화에 우호적으로 급선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앞선 대외 요인과 함께 국내 인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내수 부진 국면, 가계부채 문제 등이 빠르게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즉, 원화가 내년에 자체적으로 강한 강세를 띠기에는 한계가 있다. 오히려 국내외 경기가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우려와 미·중 갈등 이슈 등으로 올해보다 안 좋을 수 있다는 부정적인 관측이 나온다. 다만, 내년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따른 지수 반영으로 국내 시장금리 안정이 이뤄지고, 기업 자금조달 비용 감소 등이 잇따른다면 경제 활력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미 연준의 금리인하 정책으로 외환시장 유동성 증가가 기대되는 점 등은 내년 하반기 원화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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