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예정자들이 상당히 동요하는 분위기예요. 공사비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되기 전까지는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질 것 같습니다."(서울 강동구 둔촌동 공인중개업소 대표)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인 올림픽파크포레온의 기반시설 공사가 중단되자 입주 예정자들의 불안이 커지는 모습이다. 이사, 자금 계획 등 입주 계획이 틀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대규모 입주 지연 사태로 인한 혼란이 예상되면서 강동구는 물론, 단지 공사를 맡은 시공사업단도 원만한 합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강동구는 이번 사태를 촉발한 기반시설 공사비 증액 문제와 관련해 둔촌주공 재건축조합과 시공사 측에 사태 해결을 독려하고 있다. 둔촌주공을 재건축한 올림픽파크포레온은 지하 3층~지상 35층에 1만2032가구로 지어지는 초대형 단지다. 전국에서 가장 큰 재건축 단지로 상징성이 큰 만큼 강동구는 둔촌주공에서 갈등이 빚어질 때마다 사태 해결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의 공사 중단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재건축조합의 설계 변경 요구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공사비가 치솟자 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로 이뤄진 시공단이 조합 측에 비용 증액을 요구했는데, 조합이 이를 거부하면서 같은 해 4월 공정률 52% 상태에서 공사가 올스톱됐다. 이후 6개월간 갈등양상이 지속되다가 강동구와 서울시의 중재로 공사비 증액에 합의하며 공사가 재개된 바 있다.
강동구 관계자는 "공사가 다시 시작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시공사와 조합 간 중재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사 중지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키는 조합이 쥐고 있다"며 "공사비 증액 안건이 조합 대의원회에서 부결됐는데, 이후 어떤 방안이 있을지에 대해 조합 의견을 듣고 협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반시설 공사비 증액을 거부했던 재건축조합도 내부적으로 협상 방안을 검토 중이다. 조합 관계자는 "최대한 빨리 공사를 재개하고자 강동구도 중재에 나선 만큼 시공사와 협의해 접점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분쟁이 장기화하면 입주에 차질이 생길 수 있으므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조속한 협의가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현대건설 등 시공사업단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번에 공사비 갈등이 벌어진 기반조성 공사 시공사 3곳은 재건축 조합이 자체 계약한 곳으로, 시공단과는 관계가 없다. 하지만 기반공사 마무리가 미뤄져 입주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 공사대금 회수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시공단은 오는 11월 26일 준공인가를 받고, 같은 달 27일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 입주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이 때문에 시공단 측에서도 조합에 원만한 합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단 관계자는 "입주 일정에 맞춰 내부 공사는 대부분 마무리한 상태"라면서 "예정대로 준공승인이 나올 수 있게 조속한 협의를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도한 신혼부부 장기전세주택Ⅱ 정책인 '미리 내 집'의 첫 시행지가 올림픽파크포레온으로, 서울시와 SH공사는 이 단지 내 300가구를 장기전세주택으로 내놨다. 오 시장은 지난 17일 입주 예정 신혼부부들과 함께 직접 사전점검을 벌이기도 했다.
다만 갈등을 봉합하고 공사가 재개되더라도 계획한 날짜에 준공승인이 나올지는 불투명하다. 조합은 임시사용승인이라도 받아 입주 일정을 최대한 맞추겠다는 입장이지만, 강동구는 원칙에 따라 꼼꼼하게 검토한 뒤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임시사용승인은 준공검사 전 공사가 완료된 부분을 임시로 사용할 수 있게 승인하는 것으로, 이것만 받아도 입주는 가능하다. 준공승인은 기반시설 공사까지 마쳐야 받을 수 있다.
강동구 측은 "일각에서 구가 준공승인이나 임시사용승인이 불가하다는 뜻을 정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면서도 "지금은 임시사용승인 등을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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