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리스트' 공개에 정치권 들썩...당사자들 "허위사실" 반발

나경원·안철수 발끈…"明에 여조 의뢰한 적 없어"

노영희 "김진태·박완수·김영선, 명씨 도움 여러번"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 씨(가운데)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대상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있다. 오른쪽은 윤재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 [사진=연합뉴스]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제보자 강혜경씨(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회계책임자)가 변호인을 통해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 27인 명단을 공개한 것을 두고 정치권 내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해당 명단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전·현직 국회의원 등 유력 정치인들이 대거 포함됐지만, 일부 인사들은 "사실무근"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강씨 측 노영희 변호사는 전날 오후 국회 출입기자단에 27인의 실명이 담긴 명단을 공개했다. 노영희 변호사는 "그 명단은 명태균씨가 말하는 25인과는 무관하게 여론조사 관련 등장했던 명단"이라며 관련 자료를 이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상태라고 밝혔다.

명단에는 윤 대통령을 비롯해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박완수 경남지사, 김진태 강원지사, 강민국·김은혜·나경원·박대출·서일준·안철수·윤상현·윤한홍·조은희 국민의힘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강기윤·이주환·조명희·하태경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이 담겼다. 야권에서는 지난 총선을 계기로 민주당에 복당한 이언주 최고위원과 김두관 전 민주당 의원·여영국 전 정의당 의원이 포함됐다.

노 변호사에 따르면 이들은 미래한국연구소를 통한 여론조사 등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인연이 있다. 미래한국연구소는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여론조사업체로, 지난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의 국민의힘 경선 여론조사 등 다수의 미공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명단에 거명된 일부 유력 인사들은 자신이 명씨와 무관하다며 반박 입장을 냈다. 나경원 의원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다. 나는 명태균에게 어떤 형태든 여론조사를 의뢰한 적이 없다"며 "오히려 명씨의 주장에 의하면 2021년 서울시장 경선, 당대표 경선에서 명씨에 의해 피해를 입은 후보일 뿐"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안철수 의원은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거나, 공천에서 도움 받은 사실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명단에 있는 사람들도 모두 여론조사 의뢰자가 아니라, 의뢰자와 경쟁관계에 있어 여론조사 대상인 사람들을 포함한 것일 것"이라고 적극 부인했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도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은 윤석열 대선 여론조사 조작 의혹, 김건희 공천 개입 등 국정 농단 의혹"이라며 "관계없는 정치인 리스트에 올려서 문제의 본질을 흐리지 말길 바란다"고 선을 그었다. 자신이 명씨와 대학 동문이라고 밝힌 여영국 전 의원은 10여 년 전 미공표 여론조사를 명씨가 대표인 '좋은날리서치'에 한번 맡겼지만 정상 거래라고 강조했다.

한편 노 변호사는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문제의 명단 내 인물들이 두 부류로 나뉜다며 "김진태, 박완수, 김영선 이런 사람들은 명씨의 도움을 받아 여론조사도 여러 번 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 작업을 조금 했던 사례인 것으로 보인다"며 "나머지 분들은 그렇게까지 깊숙하게 무슨 행동을 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