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 사용자가 늘면서 전자담배 폭발 사고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영국에서 7살 여자아이가 전자담배 폭발 사고로 실명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또 폭발한 전자담배
지난 15일(현지시각) 영국 매체 '더 선'에 따르면 루비 그레인저(7)가 최근 아이스크림을 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폭발 사고를 당했다.
매체에 따르면 루비는 집으로 향하는 길에 모닥불 옆을 지났다. 그때 모닥불에서 갑자기 뭔가가 폭발했고 루비의 얼굴과 오른쪽 눈을 타격했다. 루비의 어머니는 "집에 루비가 돌아왔는데 그 모습을 보고 너무 놀랐다. 루비가 소리 지르고 몸을 엄청나게 떨었다. 얼굴에는 피가 흘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어머니는 곧장 앰뷸런스를 불렀고 루비는 근처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고 후 현장에서는 불에 탄 전자담배가 여러 개가 발견됐다. 누군가 불 속에 전자담배를 버린 것으로 추정됐다.
◇전자담배 폭발이 위험한 이유
전자담배 폭발의 가장 큰 원인은 배터리다. 전자담배에 주로 사용되는 리튬 배터리는 충전 중 과열되거나 외부 충격을 받으면 폭발해 화재를 일으킬 수 있다. 리튬 배터리는 불이 나면 순식간에 온도가 1000도 이상 치솟는 ‘열 폭주’ 현상이 발생하기 쉽다. 이 경우 화재 진압이 더욱 어려워지며 소화 후 재발화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다.
또한, 리튬 배터리에는 강력한 산화제나 전해질로 사용되는 화학물질들이 포함돼 있는데, 이들 중 일부는 산성을 띠어 배터리가 손상되거나 폭발해 피부와 눈에 닿을 경우 심각한 화학적 화상을 일으킬 수 있다.
루비의 눈을 손상시킨 원인 역시 '배터리 산성(battery acid)'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전자담배 관리법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전자담배 배터리를 적절한 보호장치에 담아 안전하게 보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머니나 가방, 여행가방 등에 배터리를 노출시켜 보관할 경우 물리적인 충격을 받아 내부 단락(쇼트)이 발생해 폭발 위험이 생기게 된다.
또 배터리를 직사광선에 노출하거나 뜨거운 환경에 두면 안 된다. 고온은 배터리의 화학적 반응을 촉진해 폭발의 위험을 높인다.
전자담배를 버릴 때는 반드시 배터리를 따로 분리해 전자기기 폐기물 수거물이나 배터리 재활용 프로그램을 통해 안전하게 폐기해야 한다. 배터리가 있는 상태로 전자담배를 버리면 배터리가 손상되거나 폭발할 수 있다.
배터리를 과충전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 관계자는 "과충전 방지를 위해 자신이 사용하는 전자담배 기기가 충전 시 받아들일 수 있는 전압과 사용하는 충전기의 출력 전압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부분의 전자담배는 5V2A 용량이기 때문에 전력이 10W 이하인 충전기를 사용하는 게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전자담배는 덜 해롭다?
질병관리청에서 실시한 '2019∼2023년 지역사회건강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자담배(액상형 또는 궐련형) 사용률은 2019년 5.1%에서 2023년 8.1%로 3.0%P 증가했다. 한편, 일반담배(궐련) 흡연율은 2019년과 2023년 모두 20.3%로 변화가 없었다.
전자담배 사용률이 증가한 주된 원인은 건강을 생각한 일반담배 흡연자들이 전자담배로 갈아탔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자담배도 건강에 해롭기는 마찬가지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전자담배 연기(에어로졸)에 대해 사람들이 수증기로 착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어로졸은 니코틴을 포함한 유해한 독성물질이 가득하고, 고농도 초미세 입자로 구성되어 입자 농도가 일반담배에서 나오는 연기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흡연자인권연대가 전자담배와 관련해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재판부는 "건강에 덜 해로운 담배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정부에서 국민에게 건강에 덜 해롭다는 이유로 권장할 수 있는 담배 제품도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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