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대명(43)은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감독 김민수)에 온몸을 바쳤다. 촬영 기간 15kg을 감량했고, 한겨울 강물에 뛰어들었으며, 심리적으로 자신을 몰아붙였다. "어떻게 이렇게 온몸과 마음을 바쳐 작품에 뛰어들었는지 모르겠다"며 웃는 그는 6년 만에 관객과 만나게 된 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현했다.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는 비리 형사인 명득(정우 분)과 동혁(김대명 분)이 인생 역전을 위해 '더러운 돈'에 손을 대면서 사고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18년 12월에 크랭크인하고 2019년 3월에 크랭크업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개봉이 미뤄져 5년 만에 극장 상영이 결정됐다.
"영화를 보는데 뭉클하더라고요. 6년 전 제 모습을 보니 새삼스럽기도 하고. 스태프들이 다 제 또래였거든요. 당시에 정말 청춘을 불사르며 찍었는데…. 치열했던 제 모습이 떠올라서 가슴이 몽글몽글해졌어요."
"김 감독님과 '동혁'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건 그의 마음 상태였어요. '동혁'을 수렁에 빠뜨리는 건 바보같이 착한 모습이거든요. 물론 그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이 영화는 20분 안에 끝났겠죠? 하하. 그가 정말 착했기 때문에 상황이 여기까지 꼬였던 거니까요. 상황마다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고 리액션하려고 했어요. '머리'보다는 '마음'으로 받아보려고 했죠."
김대명은 '동혁'의 심리 상태를 시각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약 15kg을 감량했다. 극적인 효과를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감독님과 이야기하면서 (체중 감량을) 결정했어요. '동혁'에게 고통이 밀려오는데 그게 외향적으로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나눴거든요. 그가 느끼는 죽음의 고통이 몸으로 느껴졌으면 했어요. 그가 느끼는 압박과 심리적 고통이 피폐함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운동으로 건강하게 빼기보다는 식단 위주로 감량했어요. 다행히 (영화 촬영을) 순서대로 찍어서 감량할 수 있었죠. 촬영 말미에는 15kg 정도 감량했더라고요."
김대명은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의 대본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동혁'의 감정을 그래프로 그리기도 하고, 감독과 나눈 대화를 메모하기도 했다. 그는 "다른 대본들보다 유난히 지저분한 편"이라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고생을 정말 많이 했어요. 그게 대본에 반영이 됐어요. 이렇게까지 지저분한 대본은 없었거든요. 흙, 피(분장) 등이 엄청나게 묻어서…. 하하."
'동혁'이 느낀 감정을 그래프로 나타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큰 진폭을 가진 그래프는 그의 심리가 얼마나 위태롭고 불안한지를 알 수 있게 했다.
"이 그래프만 보더라도 '아, 이 캐릭터는 이렇게 가는구나' 싶죠. 하하. 촬영하면서 (그래프를) 계속 수정해요. 촬영 전에는 머리로 (인물의 심리를) 이해하지만, 촬영을 시작하면 변화가 생기거든요. 마음으로 부딪쳐 보면 또 달라지잖아요. 큰 흐름과 굴곡은 유지하지만 촬영하면서 틈틈이 수정하고 디테일하게 잡아가는 편이에요. 오는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죠."
'동혁'이 겪는 일은 비현실적이지만, 김대명의 사실적인 표현력 덕분에 사건이 현실처럼 느껴진다.
"이 캐릭터가 땅에 발을 붙였으면 했어요. 그걸 벗어나면 영화를 보기 힘들어질 거로 생각했죠. 가짜라고 느낄 테니까요. 캐릭터가 땅에 발을 붙이게 만들기 위해 사전 작업을 많이 했어요.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대사도 입에 잘 붙도록 수정하는 작업을 거쳤어요."
김대명은 친형제와 같은 '명득'을 연기한 정우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처음 정우와 나란히 캐스팅되었을 때 "감독님께서 우리에게서 얻고자 하는 건 뭘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궁금하더라고요. 감독님이 원하는 건 어떤 그림일까 하고요. 정우는 조금 더 날이 선 얼굴이라면, 저는 주위에서 만날 법한 얼굴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장르물에 가까운 얼굴은 아니니까요. 그런데 오히려 그런 점을 원하셨던 것 같아요. 두 인물이 변해가는 모습을 담고자 하는 마음이요. 그리고 촬영하면서 '아, 형사물보다는 사람 이야기에 가까워지고 싶었구나' 하고 깨닫게 되었어요. '직업만 형사고, 죽음에 직면한 사람들의 이야기구나' 싶었죠."
그는 정우와의 연기 호흡을 언급하며 "많은 것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우가 주는 기운은 강한 에너지가 있죠. 어떻게든 좋은 기운을 주려는 친구고, 저는 그걸 잘 받아서 리액션하려고 했어요."
또한 인상 깊은 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친숙한 얼굴들이다. 배우 유태오, 조현철, 정해균, 백수장, 태항호, 아역 배우 유나 등이 출연해 제 몫을 톡톡히 했다. 어느새 유명세를 탄 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은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당시에도 좋은 배우들이었는데, 지금은 더욱 유명해졌죠. 하하. (유)태오 씨, 백수장 씨, 조현철 씨 등등 연기적으로 어디 하나 빠지는 데 없는 분들이 모였어요. 저는 그냥 제 할 일만 하면 됐죠. 이제 와서 보니 더 큰 배우가 되어 계셔서 감독님의 혜안에 놀라고 있어요."
그는 특히 아역배우 유나의 성장이 놀랍다고 말했다. '명득'의 딸로 등장한 그는 SBS '굿 파트너'를 통해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6년 사이 부쩍 성장한 모습으로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유나는 '돌멩이'도 같이 찍었어요. 동네 아이 역할이었는데, 당시에도 연기를 잘했죠. 똘망똘망해서 굉장히 기억에 남아요. '돌멩이'와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는 촬영 텀이 짧아서 (유나가) 저를 기억해 줬는데, 지금은 알아봐 줄지 모르겠어요. 하하."
김대명은 현재 안판석 감독의 드라마 '협상의 기술'과 김상만 감독의 '돼지우리'를 촬영 중이다. 그는 안판석 감독, 김상만 감독과 만나며 "다시 학생이 된 기분"을 느낀다고 말했다.
"안 감독님, 김 감독님과 작업하면서 성장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요. 사실 제 나이 또래가 현장에 있으면 (주변에서) 다 제가 맞다고 하고, 그대로 하라고 하죠. 지적하지 않아요. 다 맞춰주기만 해요. 그런데 감독님들과 함께 있으면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게끔 도와주세요. 배울 수 있도록 만들어주시는 거예요. 정말 좋아요. 새로운 연기 방법들을 익히고 있어요. 요즘은 연기하는 게 정말 재밌어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김대명은 관객이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를 통해 "마음 편히, 장르의 맛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범죄 액션 드라마라는 장르가 극장에서 개봉하는 것 같아요. 지금 계절과도 잘 어울리니 재미를 느껴주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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