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플랫폼 이용 변호사를 징계한 것은 정당하지 않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 등을 부과하자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이에 불복해 낸 소송에서 법원이 변호사단체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법 행정3부(정준영·김형진·박영욱 부장판사)는 24일 변협과 서울변회가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변호사 직무는 고도의 공공성과 윤리성이 있고 리걸테크(legaltech) 등 현실의 변화에 대응해 탄력적이고 유연한 규제가 요구된다"며 "법률상 금지되는 변호사 광고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는 원고에게 상당한 재량이 부여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고들의 광고 관련 규정 제·개정, 구성 사업자에 대한 감독 및 징계에 절차적 하자가 없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받아들여 피고가 원고에 대해 한 시정명령, 통지 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을 모두 취소한다"고 판시했다.
변협과 서울변회는 2021년 법률 플랫폼 ‘로톡’에 가입해 이를 이용한 변호사들을 ‘광고 규정 위반’으로 징계했다. 로톡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변호사법이 금지하는 변호사 알선 등 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변협은 같은 해 5월께 변호사 업무 광고 규정과 변호사 윤리 장전을 개정해 징계 근거를 마련했다.
변협은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 등에게 여러 차례 탈퇴할 것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탈퇴하지 않은 변호사 9명에게는 2022년 10월 최대 과태로 300만원 등 징계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 같은 처분에 대해 "변호사단체가 변호사 간 경쟁과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했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 10억원씩을 부과했다. 변협과 서울변회는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시정명령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두 단체는 행정소송과 함께 "처분의 효력을 멈춰 달라"며 집행정지도 신청했는데 법원은 지난해 5월 이를 인용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열린 첫 변론기일에도 양측은 첨예하게 대립했다. 변호사단체 측 대리인은 "변협은 국내 법률 플랫폼들에 대한 탈법행위 자정을 위해 변호사 업무광고 규정 등을 개정했고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에서 정당한 공권력 행사라는 점을 인정받았다"며 "이에 따라 변호사들에 대해 징계조치를 취한 것은 정당한 공권력 행사"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정위가 일반적으로 판단하는 자유로운 경쟁을 추구하는 시장과 달리 법률 시장 특수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처분"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공정위 측 대리인은 "리컬테크 분야 서비스가 변호사법을 위반할 여지가 있다면 법무부나 검찰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제재를 가하는 것이 맞다"며 "변호사법 위반이 아님에도 무조건 로톡을 탈퇴하도록 강요하고, 탈퇴하지 않으면 조사하겠다고 한 원고들의 행위는 변호사의 자유로운 영업활동을 방해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공정위 처분은 사실상 1심 성격을 지닌다.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소송하면 3심제인 일반 소송과 달리 2심제(고등법원→대법원)를 거친다. 만일 공정위 측이 이번 판결에 불복한다면 최종적으로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된다.
판결 직후 서울변회는 "그동안 변호사 광고규정을 명확히 위반하고 있던 법률 플랫폼에 대해 비교적 신중하게 접근해왔지만 이제부터는 엄중하게 대응하면서 규제에 나설 예정"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법무부 등과 변호사단체가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을 제안해 합리적으로 리걸테크 업체들을 통제하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로톡 이용으로 징계 처분을 받은 변호사들은 변협 결정에 불복해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에 이의신청을 했고, 법무부는 이를 받아들여 지난해 9월 변협 측 징계 처분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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