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중국 시장, 포기할 수 없으면 전략을 확 바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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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입력 2024-10-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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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수출이 잘 된다. 현재 추세라면 올해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따라잡고 수출 5대 강국으로 부상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마저 나온다. 그러나 이런 낙관 속에서 수출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우려할만한 요소들이 많다. 중국과의 교역에서 우리 수출이 과거와 같지 않고 작년부터 무역 적자국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 매우 꺼림직하다. 최대 수출 시장이 중국에서 미국으로 바뀔 수 있을 것 같은 조짐도 나타난다. 중국 시장 일변도에서 벗어나 수출 시장이 다변화되고 있는 점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중국 수출이 급강하하는 것은 큰 문제점이 아닐 수 없다. 갈수록 중국 시장 내에서 한국 기업의 입지가 좁아지고 퇴출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최근 중국 시장을 두고 국내에서의 평가와 진단, 그리고 해법이 천차만별이다. 이대로 물러설 수 없고 배수의 진을 치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에 이제 중국 시장을 포기하고 다른 대안 시장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야 한다고 항변한다. 둘 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느 쪽이 옳다고 단정적으로 손을 들어줄 수도 없는 형편이다. 전자를 주장하는 측의 논리도 충분히 일리가 있지만 어떻게 시장을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모호한 답변만 내놓는다. 여전히 과거 답습이고 완전히 바뀐 내놓는 중국 시장 진출 해법치고는 유치하고 현실과 괴리감이 커 보인다. 후자 편에 속한 주장도 일리가 있긴 하지만 지척에 거대 시장을 두고 너무 쉽게 백기를 든다는 비난으로 불편하다.
 
따지고 보면 이런 공방을 하는 것 자체가 비생산적이고 미래지향적이지도 않다. 왜 이런 지경에 다다른 지에 대한 내부 자성과 진솔한 평가가 먼저 이루어지고 이를 통해 새로운 방향과 전략을 만들어내야 한다. 수교 이후 30여 년 동안 중국 시장의 승승장구에 도취해 이런 시장이 계속될 것이라는 엄청난 착각에 빠져 실시간으로 다가오는 위험의 수위에 둔감했다. 수출 지원기관이나 심지어 중국 전문가들까지 지속해서 부추기고 거들었다. 로컬기업의 부상이 정상 궤도에 들어서면 중국 시장이 결국 외국 기업의 무덤이 될 것이라는 경고를 무시했다. 그 외국 기업 중에 잘 나가는 한국 기업이 1순위가 될 수 있다는 경고를 외면하고 대부분 기업이 이에 대한 대비를 무시하거나 소홀했다.
 
특히 대기업이 가장 순진했고, 중견·중소기업도 이들의 뒤를 관습적으로 따랐다. 기술이나 상품의 격차가 점진적으로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끼리만 똘똘 뭉쳐 그들과 섞이는 것을 외면했다. 한 수 아래라는 막연한 자신감으로 무시하면서 현재의 위치가 유지될 것이라는 자만감이 팽배했다. 결과는 예고된 것이고 그 상황이 닥치다 보니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버스 지난 다음에 뒤늦게 대책을 세우느라 법석을 떨지만 지나가 버스가 되돌아올 리가 만무하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이제 중국은 과거와 같이 단순하면서 쉽지 않고 복잡하면서 어려운 시장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남이 하니까 덩달아 따라 하는 주먹구구식 전략이 전혀 통하지 않는 시장이 되었다. 어설픈 중국 전문가의 말에 현혹되어 움직이면 백전백패하기에 십상이다.
 

기업 자체 평가와 진단으로 차별성 유지할 수 없으면 과감하게 포기해야
 
그래도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고 있는 기업들이 드물긴 하지만 있어 눈여겨볼 만하다. 중국 시장을 포기하지 않은 기업들이 보여주고 있는 전략적 비결이다. 그들은 중국 시장의 변화를 예측하고 이에 철저하게 대비해 왔다. 소비재 기업들은 시행착오를 통해 살아남는 법을 터득했다. 현지 제품과의 차별화, 시장의 변화를 사전에 예감하는 능력을 축적함과 더불어 소비자의 신뢰를 장시간에 걸쳐 확보했다. 중간재 혹은 자본재 기업들은 우리끼리에 연연하지 않고 과감하게 중국 기업과의 연결고리를 생성했다. ‘홍색공급망(Red Supply Chain)’에 뛰어들어 협력의 끈을 단단하게 굳혔다. 상대적으로 우리 대기업에만 공급을 고집하던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이 중국을 떠나면서 졸지에 설 자리를 잃고 방황을 하고 있다.
 
중국 시장을 고집할 것인가, 아니면 버릴 것인가는 기업이 판단해야 할 몫이다. 세계의 공장 중국에서 만들지 못하는 상품이란 거의 없다. 심지어 가성비까지 장착하면서 한국 상품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면 현재 시점에서 중국 경쟁사와 자사 상품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진단으로 도저히 파고를 넘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면 빠르게 기수를 돌리는 편이 낫다. 중국 시장에 들이는 공을 다른 시장에 들이는 쪽이 훨씬 더 바람직하다. 가격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품질력과 흐름을 주도해 갈 수 있는 자신감이 있으면 공격적으로 나가야 한다. 독자적이기보다 중국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서 장기적으로 상생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런 디테일이 없으면 구태여 헛된 수고로 낭비할 필요 없다.
 
중국 시장 수출을 지원하는 기관이나 전문가들도 불필요한 중국 시장을 침소봉대하면서 기업을 오도하는 행위를 멈추어야 한다. 정확한 방향과 실현 가능성 큰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무분별한 사업 추진이나 전개를 최소화하는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을 가볍게 하면서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일본과 중국이 서로 으르렁거리면서도 초고령화 시대에 실버산업 육성에 민간이 공동으로 노력하고 있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 삶의 행태와 소비 패턴, 문화적 동질성과 차별성 등에서 생겨나는 변화에 맞게 새롭게 나타나는 수요를 선점할 수 있는 마케팅 기법의 전환이 요구된다. 양국이 공통으로 직면하고 있는 현안 타개를 위한 테마를 만들어 양국 기업이 더 섞일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야 한다. 또한 우월적인 것들을 일시에 놓치지 않는 치밀한 계산과 방어를 늘 염두에 두고 움직여야 한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년)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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