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지사의 이번 유럽 방문은 세 가지 측면에서 종전과 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먼저 국내 경기 침체로 인한 도내 및 국내기업의 어려움을 어떻게 해서라도 덜어 주려는 김 지사만의 경제 철학을 행동으로 보여준다는 사실이다. 그 바탕에는 경제전문가로서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보는 위중함이 담겨 있다.
사실 윤석열 대통령 임기 반환점을 돌고 있는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사정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서민 먹거리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경상수지는 날이 갈수록 적자 폭을 키우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24일 발표한 3분기 수출은 0.4% 감소해 2022년 이후 처음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최상목 부총리마저 반도체 등 효자 기업들마저 수출이 감소 추세라 자인 할 정도다.
올해 성장률 전망에 대한 하방 위험도 커졌다. 이달 들어 20일까지의 수출 실적도 지난해보다 2.9% 감소하면서 우리 경제 성장률은 사실상 정체기에 들어와 있는 상태다. 우리나라 최고의 경제전문가며 잠룡으로서 김 지사가 오불관언(吾不關焉 어떤 일에 상관하지 않고 모르는 체함)할 수 없는 상황이나 마찬가지다. 어떻게든 해외 투자유치를 통해 수출 활로를 찾고 침체일로의 국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광폭 행보'가 돋보인다.
김 지사의 안목과 발상, 경기도와 대한민국을 위한 열정이 남다르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번 유럽 방문의 의미 중 중요한 것은 또 있다.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김 지사답게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중요한 것 또한 무엇인지를 정확히 꿰뚫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민이 살아감에 있어 가장 최우선 순위로 여기는 것 중 하나가 경제다. 대통령과 한 팀이 된 정부는 국민의 이런 기대에 풍요로움으로 화답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의 시국 상황과 정부 정책을 보면 그렇지 못하다. 앞서도 지적했듯이 국내 경기는 역대 최악에 가깝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정치의 한 축인 국민의힘과 대통령의 청와대는 연일 반목과 갈등의 연속이다.
더불어민주당도 경제 걱정보다는 내부 걱정이 더 심화하는 모양새다. 내달 이재명 대표의 선고를 앞두고 위기감이 고개를 들고 있어서다. 그래서 그런가. 정치권 정부 모두 경제의 위중함을 '말로만' 설파하고 걱정하고 있어 국민의 고통을 가중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김 지사의 '세일즈 외교'가 이루어지는 것이어서 의미와 기대를 높게 하고 있다. 김 지사의 이번 행보는 도내는 물론 국내 반도체 기업에도 매우 유의미하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유럽진출 교두보' 확보 기대가 커서다.
경기도는 삼성 하이닉스 등 세계적 반도체 기업의 본산이다. 이와 관련된 기업들도 국내 최대 규모며 숫자 또한 국제적이다. 김 지사는 오스트리아와 네덜란드 방문 기간 세계적 반도체 장비 기업인 에이 에스엠(ASM)과 에이에스엠엘(ASML)의 본사를 각각 방문해 투자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다. 그러면서 현지 정·재계 인사를 만나 경기도 기업의 유럽진출 해결사 역할도 맡을 예정이다.
대통령과 정부가 등한시하는 경제 살리기에 대륙을 넘나들며 고군분투(孤軍奮鬪)하는 김 지사의 유럽 방문이 어떤 성과를 거둘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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