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회장의 만남 배경에는 '수소'라는 공통점이 자리한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에서, 도요타는 하이브리드에서 선두를 이어가고 있지만 수소 분야에서도 선제적인 기술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현대차의 올 상반기 수소연료전지차 판매대수는 1836대로 32.7%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도요타는 2330대 판매, 22.8% 점유율로 2위다. 이번 만남을 통해 두 회사의 '수소 동맹'은 더욱 견고해질 전망이다.
◆막대한 재원 필요··· 고개드는 협업론
수소차는 미래 자동차 시장을 주도할 친환경차라는 평가를 받지만 전기차와 비교해 성장 속도가 더디다. 전기차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과 수소 충전소 등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탓이다. 이러한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이 막대한 재원이 투입되는 작업이다 보니 현대차와 도요타 사이에 협업 필요성도 고개를 든다. 양사의 협력은 생태계 확장뿐 아니라 높은 가격으로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소차 부품을 표준화하고 비용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통해 수소 차량 인프라를 조성하고 시장 파이를 키우면 두 기업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의 차세대 시장 경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서라도 양사에 수소차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지난해 중국의 수소연료전지차 시장 점유율은 37.1%로 커졌다. 특히 오는 2025년을 시작으로 글로벌 주요 완성차업체들의 수소차 출시가 이어질 전망이어서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서라도 두 그룹의 협력은 중요하다. 정 회장이 지난 4월 도요타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회장과 만나 수소차 협업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현대차는 오는 2028년까지 모든 자동차 라인업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적용한다는 목표다. 수소 기술 내재화를 활용해 2030년에는 수소차 가격을 전기차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도요타는 양산형 수소전기차 분야에서 현대자동차와 양강 구도를 이루는 업체로 두 기업 모두 수소 생태계와 관련한 여러 계열사들을 아래에 두고 있는 만큼 협력을 통해 계열사간 협력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 회장은 그룹의 미래 핵심 전략 중 하나인 '수소에너지 대전환'에 대해 "후대를 위한 것"이라는 경영 철학을 밝히며 투자와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9월 세계 5위 자동차기업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미국에서 청정 수소 생산 등 친환경에너지 사업을 함께 벌이고, 수소차와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를 공동 개발·생산하는 것이 골자다.
현대차의 수소차 사업은 차량 생산을 넘어 수소 생산, 저장, 운송 및 활용이라는 밸류체인으로 진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수소차 및 수소연료전지 개발 등에 11조1000억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월에는 2178억원을 투자해 현대모비스의 수소연료전지 사업 관련 설비·자산과 R&D 및 생산·품질관리 인력 등을 넘겨받았다. 중국 광저우에는 해외 첫 수소연료전지 생산기지에서 생산된 제품을 넥쏘와 수소트럭, 수소버스 등에 적용하고 있다. 현대차의 수소 상용차인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은 이미 독일, 이스라엘, 미국 등에 진출했으며 올해 6월 스위스에서는 누적 주행거리 1000만km를 돌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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