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총재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국내 기자단과 만나 이 같이 언급했다. 이 총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그룹(WBG) 연차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이다.
이 총재는 "달러 환율이 지금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높게 올라 있고 상승 속도도 크다"며 "지난번(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는 고려 요인이 아니었던 환율도 다시 고려 요인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을 하면 환율이 안정적인 방향으로 가겠구나 했는데 지난 통화정책방향회의 이후 2주간 달러가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 총재는 다음달 금통위에서 수출 증가율 둔화세가 내년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 거시건전성 정책의 금융안정 효과, 미국 대선이 끝난 뒤 달러 강세 지속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강달러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이 총재는 바라봤다. 그는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미 행정부의 재정 적자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고 미국 경제도 견조하게 성장하고 있다"며 "금리를 빠르게 내리기 어려운 환경으로 최근 2주 간 강달러 현상이 이어진 것도 이런 이유"라고 짚었다.
올해 성장률은 통화정책 방향에서 고려사항은 아니라고 이 총재는 언급했다. 그는 "4분기(성장률)가 정말 안 나온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추세를 보면 올해 성장률은 잠재성장률 2%보다는 반드시 높을 것"이라며 "성장률이 갑자기 망가져서 경기를 부양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짚었다. 지난 3분기 성장률을 연간으로 반영할 경우 "2.4%(전망치)를 예상했던 게 2.3%나 2.2% 정도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제기됐던 금리인하 실기론에 대해서는 적극 반박했다. 이러한 실기론은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보다 0.1% 늘어나는 데 그치면서 불거졌다. 이는 지난 8월 한은이 예상했던 성장률(0.5%)을 크게 밑돈 수치다. 이 때문에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렸어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금리인상기에 미리 많이 올렸으면 지금 내리면서 효과를 봤을 것이라는 견해는 환자를 일부러 많이 아프게 만든 다음 약을 줘서 조금 낫는다고 명의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반박했다.
물가상승률이 2%대로 안착할 것으로 예상됐으면 7월에 기준금리를 낮췄어야 했다는 의견에는 "반드시 틀렸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1년 뒤 상황을 보고 나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환율을 보면 (금리를) 천천히 내리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많이 내렸다면 지금 환율이 1380원보다 더 올라서 복잡해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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