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내년 AI 바우처 사업 예산안은 올해보다 35% 줄어든 276억2500만원으로 나타났다. 2022년 980억원으로 책정됐던 AI 바우처 사업 예산은 2023년 700억원, 2024년 425억원에 이어 3년 연속 감소세다.
AI 바우처 사업은 기업이 보유한 AI 기술·솔루션 등을 수요기업에 도입토록 하는 사업이다. 공급·수요기업 간 연결 후 수요기업에 정부가 최대 2억원의 바우처를 지원해 공급기업의 AI 솔루션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공급기업은 자사 기술 활용 사례를 확대할 수 있고, 수요기업은 AI 도입으로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어 특히 중소·벤처기업의 수요가 꾸준했다. 2023년 기준 AI 바우처 사업 경쟁률은 10.2대 1에 달했다.
AI 바우처 사업의 성과도 좋았다. '2023 AI 바우처 우수성과 사례집'에 따르면 수요기업이 AI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전환으로 평균 42%의 생산성 향성 효과와 47.8%의 품질개선 효과를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양질의 AI 관련 일자리도 864개 창출했으며 참여 기업의 연관 매출도 384억원에 이른다.
과기정통부는 이에 대해 민간 시장 생태계의 성숙 단계와 정책 환경 변화를 고려해 예산을 편성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중소기업은 여전히 AI 도입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에서 이에 도움을 주는 AI 바우처 사업의 필요성이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AI 기업 대표 A씨는 "AI 바우처 예산이 감소하면서 바우처 최대 금액도 기존 3억원에서 2억원으로 줄었는데, 2억원만으로 완성도 높은 AI 솔루션을 도입하려면 수요기업들이 일부 자부담을 하지 않는 한 쉽지 않다"며 "건당 최대 금액을 현실적으로 책정해야 한다"고 짚었다.
AI 협단체 회장 B씨는 "과기정통부가 AI 반도체나 AI 인프라 구축 등에 집중하면서 스타트업 지원 사업 비중을 줄인 것으로 보인다"며 "중소벤처기업부 등 타 부처에도 지원 사업이 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전반적인 지원 예산 총액 자체는 감소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인철 의원은 "AI 바우처 사업은 AI 기술이 필요한 중소·벤처기업과 AI 기술의 수요처를 필요로 했던 AI 기업 간에 훌륭한 오작교 역할을 해 왔다"며 "내년에도 두 자릿수 예산을 삭감한 것은 한국을 AI 글로벌 3대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는 목표를 발표한 정부가 스스로 국정 목표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AI 육성'을 외치면서도 예산 책정에 인색한 정부의 움직임은 이날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AI 자율제조 선도 프로젝트'에서도 나타난다. 26개 기업이 주관사로 참여해 민관 합쳐 총 3조7000억원을 투자하는데, 이 중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는 금액은 4년간 1900억원으로 전체 중 5%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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