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에 대한 첫 사업 접수를 마친 가운데, 지자체 각 노선별로 수조~수십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재원 확보가 사업 성패를 좌우할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사업성 극대화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민자 유치가 가능하도록 추가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별법상 인센티브를 더욱 확대하고, 인근과 통합개발이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도 보다 구체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실적으로 중앙정부의 재원 조달 가능성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철도지하화 통합개발 선도사업 제안에 나선 서울·경기·인천·부산·대구 등 5개 지자체의 사업비는 약 60조원에 육박한다.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철도지하화 및 철도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철도 지하화 사업비용은 상부 개발이익으로 충당해야 한다.
일선 현장과 전문가들은 개발이익만으로 사업비를 확보하는 현재 구조로는 현실적으로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서울시의 경우, 사업 기간만 최소 20년으로 추산될 정도로 대형 사업이다 보니 자연히 추산 사업비보다 훨씬 많은 재원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토지 매각 및 개발이익을 감안해도 현재 예정된 사업비를 충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며 “결국 재원이 부족할 경우 지자체 예산으로 감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별법 12조 등에는 사업참여 시 건축물 종류·건폐율·용적률과 녹지 확보 등에 대한 규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어, 구체적인 지원 내용은 아직 확립되지 않은 상황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5월 특별법과 관련해 “관련 특례 규정을 통해 민간사업자의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 바 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결국 민자 유치가 있어야 사업이 돌아갈 것이기 때문에 사업주체나 민간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줘야 하는데 민자 유치를 유도할 내용이 거의 없다”며 “현실적으로 단거리 구간에 한해 민간 자본을 유치하고 사업성을 올릴 곳을 선별해 인센티브를 확대 도입해야 한다”고 전했다.
민간 자본 유치를 위해 인근 지역과 통합 개발할 수 있도록 입법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공간적으로 역사 및 철도부지만 가지고는 사업성을 충당하기에 부족한 사안들이 많다”며 “광명역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민간이 사업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철도 부지와 그 인접지에 대한 복합 및 통합개발이 필수불가결하다”고 진단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업기간이 길다보니 부지 개발로만 개발 이익을 확보한다는 장밋빛 미래에만 기댈 수는 없다”며 “과거 유사 사례처럼 도시개발사업 등과 통합 개발할 수 있도록 규정이 정해진다면, 그런 부분을 충분히 고려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중앙정부의 조건부 재정 투입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시행에 필요한 비용은 사업시행자가 개발이익으로 부담하되, 지자체가 이를 보조 및 융자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향후 사업 추이에 따라 지자체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정부의 재원 지원없이 민간 사업자나 사업시행자만 비용을 충당하는 방식은 거의 의미가 없다”며 “지금 상황에서 일부 정부 재원 지원은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사업 기간 등을 고려해 장기간 정확한 사업성을 검토하고, 사업성 확보가 가능한 지역에 우선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민재홍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기획조정본부장은 “근본적으로 상부부지를 통해 막대한 철도지하화 사업비를 충당할 사업성을 올릴 수 있는 지역은 매우 제한적”이라며 “정부에서 지자체 제안에 대한 타당성을 심도 있게 점검하고, 지자체도 정부 등과 함께 개발이익을 최대한 높이도록 개발 아이템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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