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화제성과 실속을 모두 챙겼다.
KIA는 지난 28일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7-5 승리를 거두고 우승을 확정했다. 정규리그를 제패한 KIA는 한국시리즈까지 정복해 통합 우승이라는 기쁨을 누렸다.
'최고참' 최형우와 2살 차이, 이범호 감독이 보여준 '형님 리더십'
KIA가 우승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사령탑이던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이 후원 업체로부터 수억원의 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물의를 빚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1심에서 김 전 감독과 장 전 단장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사건이 처음 알려졌을 때 KIA 내부에선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렇기에 이러한 상황을 극복할 새로운 사령탑이 필요했다. 이에 KIA는 선수와 코치로서 오랜 기간 함께한 이범호 감독을 새롭게 선임했다.
이 감독 발탁은 나름 신선했다. KIA는 이종범, 선동열 등 KIA 레전드들이 감독 후보로 거론됐지만, KIA는 팀을 잘 아는 내부 인사인 이 감독을 택했다. 변화보다는 안정을 고른 셈이다. KIA의 사령탑을 맡은 1981년생 이 감독은 KBO 최초 1980년대생 감독으로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팀 내 최고참 선수인 외야수 최형우와 단 2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이 감독은 일명 '형님 리더십'을 보여주며, 부임 첫해 우승을 일궈냈다. 김응용(1983년 해태 타이거즈), 선동열(2005년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2011 삼성 라이온즈), 김태형(2015년 두산 베어스)에 이어 다섯 번째로 부임 첫해 우승을 차지한 감독으로 남았다.
이 감독은 우승을 확정 짓고 "2년 안에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승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선수들도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KIA엔 좋은 젊은 선수가 많고 능력 좋은 베테랑 선수도 있다. 더 발전하는 팀으로 만들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특히 이 감독은 지난 2017년 선수로서 KIA의 V11을 이끈 데 이어 2024년에는 감독으로 V12를 일궈내 KIA 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다.
'제2의 이종범' 김도영, KBO 최고 스타가 되다
KIA 우승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선수를 꼽으라면 1순위로 거론되는 선수가 내야수 김도영이다.
올 시즌 타율 0.347 38홈런 109타점 40도루 1.067을 기록하는 등 팀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더욱이 KBO에서 단 1번밖에 나오지 않은 2015년 에릭 테임즈(당시 NC 다이노스 소속으로 47홈런 40도루를 기록)의 40홈런-40도루 클럽 가입에 근접하는 성적을 거뒀다. 시즌 막바지 김도영의 '40홈런-40도루' 달성 여부는 KIA 팬들을 넘어 KBO 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또한 월간 '10홈런-10도루'는 '야구 괴물'의 탄생을 보는 듯했다.
김도영은 고교 시절부터 '터질 만한 떡잎'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광주 동성고 재학 시절 '제2의 이종범'이라 불린 그는 빠른 발과 장타력을 앞세워 2022년도 KIA의 1차 지명을 받았다. 당시 김도영은 광주진흥고 투수 문동주(현 한화 이글스)와 KIA 1차지명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많은 이들은 '투수는 금값'이라는 말처럼 KIA가 최대어 투수로 주목받던 '파이어볼러' 문동주를 택할 거라 예상했다. 그러나 KIA는 문동주가 아닌 김도영을 선택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러한 KIA의 과감한 선택은 올 시즌 정확히 들어맞았다. 김도영이 없었다면 KIA의 우승은 사실상 힘들었다. 양현종-이의리-윤영철 등 훌륭한 국내 선발진을 가진 KIA였기에 선발 투수보다 대형 야수가 더욱 필요했다.
이뿐 아니라 김도영의 맹활약이 이어지자, 인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월간 10홈런-10도루'를 기념한 이벤트 유니폼 판매액이 무려 약 100억원에 달했다. KIA 팬들의 '너 땜시 살어야'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갑자기 일어나 '삐끼삐끼'…이주은, 글로벌 인기 견인
'삐끼삐끼'
올 시즌 KBO리그 응원 문화에 한 획을 그은 춤이다. 화장하다가 삼진아웃 송이 나오자, 이주은 치어리더가 리듬에 맞춰 갑작스레 춘 춤이 많은 이들로부터 호응을 받았다.
특유의 재치와 따라 하기 쉽다는 장점을 무기로, 이 춤은 야구장을 넘어 연예계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심지어 글로벌하게 조명됐다.
이로 인해 이주은 치어리더는 대만의 러브콜을 받았다. '삐끼삐끼'는 지난 2022년부터 KIA 치어리더들이 선보인 춤이다. 이러한 응원 문화가 이주은 치어리더의 활약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뉴욕타임스에서도 이주은 치어리더를 조명할 정도였다. 또한 해외 치어리더들이 '삐끼삐끼'를 춰 글로벌 인기를 누렸다. 올 시즌 KBO리그는 역대 최초로 1000만 관중을 돌파하는 등 유례 없는 인기를 끌었다. '삐끼삐끼'는 이러한 독보적 흥행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이처럼 KIA는 이 감독 선임으로 화제를 모은 채 시즌을 시작했다. 여기에 김도영의 맹활약과 이주은 치어리더의 완벽한 '삐끼삐끼' 표현력이 KIA 인기를 더욱 상승시켰다. 이후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를 모두 제패해 '통합 우승'으로 시즌의 마침표를 찍었다. 그야말로 '화룡점정'을 찍어낸 KIA로서는 '역대급' 시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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