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업계가 미 정부에 커넥티드 차량용 중국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규제 시행 시기를 최소 1년 늦출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28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자동차혁신연합(AAI)은 자동차의 자율주행이나 통신 기능에 중국이나 러시아산 부품을 사용하는 자동차 판매의 단계적 금지 적용을 기존 2030년식 모델 또는 2029년 1월 생산분에서 1년 미뤄달라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다.
미국 자동차 업계를 대변하는 AAI에는 미국 완성차 업체들뿐만 아니라 현대차, 제너럴모터스(GM), 도요타, 폭스바겐 등 주요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와 SK온 등 배터리·반도체 기업도 가입돼 있다.
커넥티드 차량은 무선 네트워크에 연결돼 실시간으로 통신하며 자율주행, 운전 보조 시스템 등의 기능을 제공하는 이른바 ‘스마트카’다. 상무부는 규제안을 내놓으면서 “악의를 갖고 이런 시스템에 접근하면 적들이 우리의 민감한 정보에 접근하거나 정보를 수집할 수 있고, 미국 도로에 있는 차들을 원격으로 조종할 수도 있다”며 국가 안보 보호 차원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미 상무부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글로벌 자동차 업계와 각국 정부의 우려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AAI의 존 보젤라 회장은 성명에서 "규정안에 포함된 준비 기간 덕분에 일부 자동차 제조사는 필요한 전환을 할 수 있겠지만, 다른 제조사들에는 너무 짧은 기간일 수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투자가 집중되고 있는 멕시코 정부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멕시코 정부는 미국 상무부에 의견서를 내 "멕시코 자동차 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잠재적인 무역 장벽, 공급망 중단, 생산비용 증가, 직·간접적 고용감소 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멕시코 경제부는 또한 "자동차 업계와 관련 기술 그룹은 규제 시행 전에 세부 사항에 대한 변경과 함께 검토를 위한 더 많은 시간을 줄 것을 제안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역내 자유무역협정(FTA)인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위반 소지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중국 대표 전기차 기업인 비야디(BYD)를 비롯해 광저우자동차, 창청자동차, 지리, 장화이, 체리 등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멕시코에 신규 진출하거나 인프라 확충 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한국 정부도 지난 4월 미 상무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한국 자동차 업계는 커넥티드 차량 공급망 조사의 넓은 범위, 잠재적 규제 대상의 범위를 둘러싼 불확실성, 시행 시기가 모두 업계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며 새로운 규제 시행에 대비할 시간을 충분히 달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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