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관리로 가계대출을 적극적으로 줄이고 있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기업 대출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다. 연체율이 낮은 우량 대기업 위주로 영업을 펼쳐 가계대출에서 낮아진 수익성을 회복하고 건전성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 25일 기준 831조645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월 말 825조1885억원보다 6조4572억원 증가한 수치다. 올해 6월(8조251억원) 이후 하반기 들어 계속 축소되던 기업대출 증가 폭이 4개월 만에 반등했다. 월별 증가 폭은 △7월 6조8803억원 △8월 4조6430억원 △9월 2조3170억원 등이다.
기업대출이 다시 큰 폭 늘어난 배경에는 지속적으로 줄여야 하는 가계대출이 있다. 5대 은행은 올해 12월 말까지 연초에 세웠던 가계대출 연간 목표 증가액을 맞춰야 한다. 금융당국은 해당 수치를 넘어선 은행에는 내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 계획 수립 시 더 낮은 목표치를 주겠다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은행은 올해 목표 증가액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경영 목표(연간 증가액) 총합은 12조5000억원인데, 지난해 말 대비 올해 9월 말 기준 증가액은 38조9029억원에 달한다. 기업대출로 영업을 확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제는 높아지고 있는 기업대출 연체율이다. 5대 은행은 지난해 말 0.21~0.52%였던 기업대출 연체율이 올해 6월 말 기준 0.30~0.53%로 하단이 9bp(1bp=0.01%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빚 상환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중소기업 대출은 같은 기간 0.26~0.60%에서 0.37~0.53%로 하단이 11bp 상승했다.
이에 은행들은 기업대출을 늘리는 가운데 우량기업 영업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이달 대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 25일까지 전월 말 대비 3조6372억원 증가했는데, 이는 9월 증가 폭(2742억원)보다 13배 이상 커진 수준이다. 반면 중소기업 대출은 같은 기간 증가 폭이 2조428억원에서 2조8201억원으로 소폭 커졌다.
금융권에선 은행들이 기준금리가 더 내려가기 전에 최대한 대출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도 있다고 본다. 좀 더 높은 금리일 때 대출을 확보해 이자이익을 늘리겠다는 의미다. 앞서 한국은행은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고, 향후 추가 인하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장금리는 이미 올해 들어 계속 내려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 28일 3.318%로 올해 초(1월 2일) 3.820%에서 50.2bp 낮아졌다. 그만큼 은행이 대출 금리만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이자가 줄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량기업 중심으로 대출 자산을 확대하기 위해 은행이 주력하고 있다”며 “가계대출 영업이 사실상 막힌 상황에서 연체율이 높은 곳보단 우량한 대기업 위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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