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인공지능(AI) 투자 규모와 관련해 가늠자가 될 미국 빅테크 기업 실적 발표를 앞두고 국내 반도체 대형주들이 상승 동력을 얻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앞서 사상 최장기간 삼성전자를 순매도한 외국인이 돌아오면서 삼성전자가 연이틀 반등에 성공했지만 증권가는 SK하이닉스만 추천하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500원(2.58%) 오른 5만9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34거래일 만에 외국인이 삼성전자 순매수로 전환하면서 3.94% 반등한 주가가 연이틀 올랐지만 '5만 전자' 탈출에는 실패했다.
같은 기간 주가가 17만원대에서 20만원대로 올라온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2.91% 하락한 19만300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2거래일 연속 약세를 기록했다. 그간 매수했던 투자자들이 차익을 실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선 고환율로 수출주,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 대형주 중심 매수로 대응하라는 권고가 나오고 있다. 내년부터 AI 사이클이 중장기 트렌드로 이어지면서 AI 관련주 매수세가 유력시되는 가운데 과매도 구간이라는 삼성전자보다 여전히 AI 수혜주인 SK하이닉스에 대한 상승 기대감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30일 알파벳에 이어 31일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31일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이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2025년 자본지출(CapEx) 규모 상향 방향성이 확인될 것"이라며 "SK하이닉스 실적 발표에 이어 AI 수요 관련 센티먼트 반전이 공고해짐에 따라 업종 추세적 변곡점으로 관련 연동성이 강한 SK하이닉스 중심으로 비중을 확대할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차주까지 대내외 이벤트로 인해 국내 증시가 변동성에 노출되지만 코스피 2500을 분할 매수 가능 구간으로 상정하면서 고환율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수출주 중심으로 대응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AI가 2025년뿐만 아니라 향후 3년간 주식시장에서 지배력을 행사할 것"이라며 "내년 기술주에 가격 조정이 출현하더라도 사이클 종료가 아니라 눌림목에서 적극적인 비중확대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외국인이 순매수로 전환한 삼성전자가 반등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증권가가 적극적인 매수 권고를 하지 않고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HBM 공급 조건부 승인 소식 때문인지, 그동안 팔 만큼 많이 팔아선지 외국인이 냉랭했던 태도를 조금이나마 꺾었다"면서도 "거래가 많이 터진 것은 아니었고 코스피·코스닥 모두 거래대금 규모는 평시 대비 적은 수준에 머물렀다"고 평가했다.
LS증권도 "2025년 중국 메모리 공급업체의 자본지출 및 생산능력 증가가 성장세를 지속할 전망이며 D램 공급업체 CXMT와 낸드 공급업체 YMTC의 자본지출 증가가 예상된다"면서 "중국 업체들의 공격적 생산능력 확대는 부진한 소비자용 메모리 수요와 더불어 메모리 과잉공급 우려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해 레거시 반도체 업황 부진을 예측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