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기업의 서비스와 일하는 방식의 패러다임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인천공항 역시 단순한 공항의 역할을 넘어서서 AI 허브 조성을 통해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는 주인공이 되겠습니다."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최근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향후 인천공항의 목표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공항을 단순히 여행객과 교통수단이 오가는 교통 플랫폼이 아닌 AI 허브로 만들어 여행 목적 수요뿐만 아니라 기업, 기술, 사람들이 찾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우리나라 관문이자 세계의 허브공항으로 자리매김한 인천국제공항은 올해 대변환의 시기를 맞이했다. 인천공항 4단계 확장 사업, 디지털 대전환, '인천공항 4.0 시대' 등 기존 교통 플랫폼 기능을 넘어 공항을 매개로 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는 이학재 사장이 있다. 인천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맡은 이 사장은 정치인 출신 최고경영자(CEO)다. 2002년과 2006년 인천 서구청장에 당선됐고, 2008년부터 18·19·2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이후 상명대 글로벌부동산학과 특임교수로 재직하던 중 인천국제공항공사 새 수장으로 부임했다.
이 사장은 취임 첫해인 2023년을 인천공항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다양한 사업 추진에 속도를 냈다. 취임 직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멈추다시피 한 공항 운영을 정상화하고 산업 생태계 회복에 나섰다. 그 결과 인천공항은 여객·화물 유치와 융·복합 허브 개발을 통해 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또 2017년부터 7년간 4조8405억원을 들여 건설 중인 4단계 사업도 차질 없이 당초 목표했던 올해 말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4단계 사업이 마무리되면 인천공항은 연간 1억명 이상이 이용할 수 있는 글로벌 메가허브 공항으로 도약하게 된다. 아주경제는 인천공항 4단계 건설사업 완공을 앞두고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만나 인천국제공항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이 사장과 일문일답한 내용.
-인천공항공사 사장으로 1년여 동안 일한 소감은.
"취임 당시 부담감이 컸는데 정부의 탁월한 정책 결정과 공항 임직원들의 헌신을 통해 공항 운영을 정상화하고, 산업 생태계 회복과 재도약을 이끄는 역할을 한 것에 보람을 느낀다. 건설부터 운영까지 인천공항을 세계적 공항으로 일궈온 전문가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 것이 행운이고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여객·화물 유치와 문화·관광·비즈니스가 연계되는 융·복합 허브 개발 노력으로 3년 만에 흑자 전환을 달성한 것도 의미 있는 성과로 꼽고 싶다. 무엇보다 4단계 사업이 완료되면 여객 수용 능력이 1억600만명으로 늘어나 '메가허브 공항'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이를 기반으로 공항산업의 혁신을 주도하고, 정보통신(IT) 강국의 관문공항이라는 이점을 살려 '디지털 대전환'을 성공시키겠다."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등 취임 후 단기간에 경영평가 우수등급(A)을 받았다. 어떤 점이 주효하게 작용했다고 보나.
"선제적으로 공항 운영 정상화를 추진한 것이 주효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내다보고 지난해 8월 인력·시설·운영 전면 정상화를 선포해 수하물 대란 등 혼란 없이 완벽하게 대응했다. 또 항공운송 공급 확대를 위해 정부와 정책 공조를 이뤄 그동안 제한됐던 슬롯(항공기가 공항에서 이·착륙을 하거나 이동하기 위해 배분된 시간) 용량을 기존 시간당 70회에서 75회로 늘린 것도 매출 확대에 도움이 됐다.
또 정부 핵심 정책인 직무급을 전 직원 대상으로 도입해 직무·성과 중심으로 보수체계를 개편하고, 기능·인력·예산 등 혁신계획을 추진한 점도 주효했다. 그 밖에 신규 면세점과 식음료 상업시설 오픈, K-공항플랫폼 수출 확대 및 인스파이어 리조트 오픈 등 융·복합 허브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도 3년 만에 흑자 전환을 달성한 비결이다."
-올해를 '디지털 대전환의 해'로 선포했는데 그 의미와 성과는 무엇인가.
"코로나19 이후 치열해진 공항산업 경쟁체제에서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공항운영·업무방식 등 전 분야에서 대대적인 '디지털 대전환'을 올해 3월 선언하고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AI 기술을 중심으로 여객서비스와 공항 운영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융·복합 플랫폼을 조성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세상을 바꾸는 공항으로 도약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줄 서지 않는 편리한 공항 △데이터에 기반한 예측적 공항 운영 △디지털 기술로 다가올 미래 구현 △ 경영 전반에 걸친 디지털 체질 개선 등 4대 혁신 전략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AI 기반의 스마트 예약 플랫폼을 구축해 '줄 서지 않는 공항'을 만드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탑승정보를 기반으로 접근 교통, 주차장, 체크인 카운터, 보안검색 등 출국 전 과정에서 최적의 도착시간을 안내한다. 지난해 처음 도입한 '스마트 패스'는 사전에 등록한 탑승권과 안면인식만으로 출국장과 탑승구를 통과하는 서비스다. 내년 4월까지 1·2터미널 전 지역에 설치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관문공항이라는 이점을 활용해 공항을 상설 전시·체험관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계획 중이다. 국내 빅테크 기업의 최신 기술을 전시할 수 있는 디지털 쇼케이스를 구축해 공항 방문객에게 미래 경험을 선사하고자 한다."
-지난 7년간 추진해 온 인천공항 4단계 사업이 올해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인천공항에 있어 4단계 사업이 갖는 의미와 효과는 무엇인가.
"4단계 확장공사가 마무리되면 1992년 수도권 신공항 계획 당시 수립했던 ‘1억명 메가 허브 국제공항’이라는 장기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30년간 진행한 인프라 확장과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대를 여는 '제2의 개항'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총 4개 활주로를 확보하고, 지금보다 더 넓은 2개 터미널을 이용할 수 있게 돼 여객 수용 1억명 시대를 열게 된다. 세계 최초로 5000만명 이상 처리하는 2개 터미널을 가진 공항이자 여객 처리 용량 기준 세계 3위 공항으로 올라서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똑똑한 지능형 공항 △설레는 공항 △따뜻한 공항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우선 디지털 대전환을 통해 스마트 기술을 구현한 지능형 공항이 되는 동시에 첨단기술과 예술이 어우러진 공간을 이용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교통 약자를 배려하고 가족 친화적 서비스로 따뜻한 공항을 구현하려고 한다. 출발 게이트 지역에 교통약자를 위한 자율주행 운송수단을 도입해 불편함을 해소하고, 발권과 짐을 부치는 일 등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이 사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5단계 확장 사업에 대한 구상도 밝혔다. 2033년이 되면 현재 4단계 사업이 완료된 공항 역시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2033년까지 제5활주로를 비롯한 3개 독립활주로 체계, 제3여객터미널 신설을 통해 연간 수용능력을 1억3000만명까지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업비는 약 6조원, 사업 기간은 2026년부터 2033년까지 약 8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공항을 향후 어떤 공항으로 이끌고 싶은지 포부를 말해 달라.
"인천국제공항이 교통시설로서 지금까지 국민들에게 상당히 수준 높은 만족감을 드렸다고 자부하고 있다. 이제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공항은 세계인이 만나는 곳이기 때문에 하나의 전시장으로 활용되면 좋겠다. 우리나라의 발달된 디지털 기술을 시연하는 전시를 공항에서 하고, 인천공항이 가진 장점을 활용해 공항을 하나의 데이터 기반 AI 허브로 만들 수도 있다. 인천국제공항의 장점은 넓은 부지와 전력 수급이 용이하다는 것이어서 AI 허브가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공항에서 창업과 연구가 이뤄지고, 새로운 기술이 탄생하고, 다시 세계로 뻗어나가는 데 공항이 역할을 하는 그런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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