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31일 올해 3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콘퍼런스콜에서 HBM3E 공급 상황과 관련해 "현재 주요 고객사 퀄 테스트 과정상 중요한 단계를 완료하는 유의미한 진전을 확보했다"며 "4분기 중 (HBM3E) 판매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언급한 주요 고객사는 엔비디아로 추정된다. 성능 검증 단계가 마무리 단계에 오면서 본격적인 공급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공급 제품은 HBM3E 8단 제품일 것으로 전망된다.
김 부사장은 "복수 고객사를 대상으로 8단과 12단 HBM3E 판매를 확대하고 있으며,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과제에 맞춘 HBM3E 양산을 위해 고객사와 일정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HBM2(2세대) 이후 SK하이닉스에 HBM 시장 주도권을 내준 첨단 제품에서 AI 반도체 시장의 '큰손'인 엔비디아의 벽을 쉽사리 넘지 못하며 3분기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반도체(DS)부문의 영업이익은 3조8600억원으로 '역대급' 불황을 겪었던 지난해에 비하면 크게 개선됐지만 전 분기 대비로는 40.2% 급감하며 시장 전망치인 4조원대도 하회했다.
삼성전자는 "DS 부문의 일회성 비용이 전사 영업이익과 시장 컨센서스의 차이보다 규모가 더 컸다"고 설명했다. 일회성 비용 규모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실제 실적과 시장 컨센서스(10조4000억원)의 차이를 감안하면 1조2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 적자가 1조원대 중후반으로 추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메모리 사업부 영업이익은 최대 7조원에 육박하며 선방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전영현 부회장으로 DS부문장을 교체한 삼성전자는 '선택과 집중'에 나서고 있다. 실적 악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파운드리 사업은 '숨 고르기'에 나서는 반면 주력 사업인 메모리의 첨단 제품 전환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측은 "메모리는 시황과 연계된 탄력적 설비 투자 기조를 유지하면서 HBM과 DDR5 등 고부가가치 제품 전환에 중점을 둘 예정이며, 파운드리는 시황과 투자 효율성을 고려해 투자 규모가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3분기 연구개발(R&D) 투자에 8조8700억원을 집행하며 역대 분기 최대 기록을 쓴 데 이어 올해 시설 투자도 전년 대비 3조6000억원 증가한 56조7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다만 파운드리도 내년 2나노 양산 성공을 통해 주요 고객 수요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또 메모리 사업부와 협력해 HBM 버퍼 다이 솔루션을 개발해 신규 고객 확보를 추진한다.
반도체와 함께 삼성전자 실적을 받치고 있는 스마트폰 사업도 신제품 출시 효과로 전 분기 대비 성장하며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폼팩터의 폴더블폰 개발 현황도 공유했다. 다니엘 아라우호 삼성전자 MX사업부 상무는 "더 강력하고 혁신적인 모바일 경험을 선보일 신규 폼팩터를 준비 중"이라며 "고객이 실사용하는 환경에서 만족할 만한 품질과 경험을 완성하는 시점에 시장에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처럼 모바일을 비롯한 가전 등 DX부문에서도 프리미엄 제품 혁신을 이어가며 AI 경험 완성도와 제품 연결성을 높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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