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상환수수료 부과체계 개편을 앞두고 은행권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이르면 이달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나올 예정인 가운데 수수료를 절반 수준으로 내려야 해서다. 당초 자금 운용 손실 비용을 부과하는 부분인 만큼 다른 방식의 보전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르면 이달 중 중도상환수수료 부과체계 개편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공개한다. 내년 1월 중순부터 바뀌는 중도상환수수료 부과체계를 시행하기에 앞서 은행들에 새로 바뀌는 방침 등을 전달하고, 차질 없이 운영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다.
이를 위해 당국은 지난 7월 중도상환수수료 부과체계 개선을 위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감독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그간 구체적인 산정 기준 없이 차주에게 부과하던 중도상환수수료를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문제는 이번 개편을 통해 중도상환수수료가 절반 수준으로 낮아진다는 데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주요 시중은행의 실비용 반영 시뮬레이션을 잠정적으로 받아보니 현재 수준보다 대략 절반 정도 내릴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준비가 먼저 끝나는 은행은 예정된 시행 시기인 내년 1월 중순보다 먼저 시작할 수 있다는 방침도 내놨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은 각각 현재 약 1.2∼1.4%, 0.6∼0.8%로 중도상환수수료를 받고 있는데, 0.6∼0.7%, 0.4% 수준까지 조정될 여지가 있다는 게 당국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은행권에선 현실적으로 중도상환수수료를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대출일로부터 3년 이내 자금을 상환하는 경우에만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는 은행이 수익성을 내는 부분이 아니라 자금 운용에 따른 손실 비용을 부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차주에게 대출을 내줄 때마다 은행은 상당 부분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예컨대 주담대 등 담보가 있는 대출은 근저당 설정 비용이 발생한다. 이외에도 대출을 내줄 때마다 금액이 상이하긴 하지만, 은행은 각종 세금과 인건비 등 고정 부담 비용이 있다. 이에 대출을 중도 상환할 시 비용 보전을 위한 수수료 부과가 불가피하다.
내년부터 중도상환수수료가 큰 폭 줄면 은행의 비이자이익 감소도 예상된다. 올해 들어 지난 6월까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중도상환수수료 수익은 1415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는 2415억원이다. 단순 계산하면 한 해에만 1000억원 넘는 수익이 줄어드는 셈이다. 이른바 ‘이자장사’라는 비판 속 비이자이익 확대마저 어려워지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을 일으킬 때마다 은행이 부담하는 비용을 어디선가는 보전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대부분 차주가 장기간 자금을 쓰려는 목적으로 대출을 받는 만큼 비용 부담 완화에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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