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목표주가가 줄하향됐다. 3분기 이미 낮아진 기대보다 더 부진한 실적을 거둔 데다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삼성전자가 HBM과 관련해 장밋빛 전망을 내놨지만 증권가에선 계획서가 아닌 증명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일 BNK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다올투자증권 등 증권사 8곳은 일제히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평균 10.91% 가량 낮췄다.
목표가 조정의 주된 근거는 실적 전망치 하향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올해 3분기 확정 실적을 발표했다. 연결 기준 매출액 79조1000억원, 영업이익 9조1800억원이다. 시장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매출액 80조9003억원, 영업이익 10조7717억원이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HBM3E 퀄테스트가 유의미하게 진전됐다는 건 기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요인"이라면서도 "HBM3E 12단이 아닌 8단일 가능성이 높고 삼성전자의 HBM이 고객사의 하이엔드 제품에 탑재되는 것인지 확인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024년 HBM 퀄 지연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기대와 의구심이 상존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4분기 실적을 통해 확실히 증명되기 전까지 멀티플의 보수적 접근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HBM3E 8단 제품의 주요 고객사 공급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했으나, 12단 제품과 HBM4 등 차세대 제품에서 경쟁사와의 시장 진입 시점에 여전히 격차가 존재하는 만큼 낙관적 판단을 하기엔 이른 시점"이라며 "하방 리스크는 제한적이나 단기간 내 추세 상승 논리도 다소 부족한 구간"이라고 짚었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 1일에도 1.52% 하락했다. 외국인은 지난달 28일, 29일 각각 91억원, 89억원어치를 순매수한 이후 다시 3거래일 연속 1000억원 넘게 순매도하고 있다. 외국인의 매도세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여러 증권사들이 목표가를 하향 조정하고 있지만 투자의견은 여전히 '매수'를 유지하고 있다. 주가가 떨어질 만큼 떨어졌기 때문에 추가적인 주가 하락은 없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현재 삼성전자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12배다. 모든 자산을 장부가치로 청산한 '청산가치'에 근접했다.
서승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요 고객사향 HBM3E 공급 본격화를 앞두고 현 주가는 12개월 예상 PBR 기준 0.98배, 12개월 후행 기준 1.1배까지 하락해 부담 없는 진입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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