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전 세계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을 주름잡았던 인텔이 미국증시 우량주 대표 지수인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에서 25년 만에 퇴출된다. 인텔의 빈 자리는 '인공지능(AI) 칩 선두주자' 엔비디아가 채우게 됐다. 이는 AI 시대를 맞아 엇갈린 반도체업계의 명암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평이다.
다우지수 운영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다우존스지수'는 1일(이하 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오는 8일 개장 전부터 다우지수에서 인텔이 편출되는 대신 엔비디아가 편입된다고 발표했다. 또한 화학 섹터에서는 미국 화학업체인 다우가 편출되는 대신 미국 페인트업체 셔윈-윌리엄스가 다우지수에 편입된다. S&P 다우존스지수는 이같은 조치에 대해 "반도체 산업과 소재 섹터에 대해 더욱 대표성 있는 익스포저(노출도)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 에너지 섹터에서는 AES가 편출되고 비스트라가 편입된다.
1896년 만들어진 다우지수는 우량주 30개로 구성된 주가지수로 S&P500,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과 함께 미국증시를 대표하는 3대 주가지수 중 하나이다. 인텔은 1999년 다우지수에 편입됐으나 이번 지수 조정으로 인해 25년 만에 다우지수에서 내려오게 됐다. 공교롭게도 1999년은 엔비디아가 기업공개(IPO)를 했던 해이기도 하다.
'인텔 인사이드' 로고로도 유명한 인텔은 1968년 설립 이후 1970년대부터 x86 시리즈를 기반으로 2000년대 초반까지 전 세계 개인용컴퓨터(PC) CPU 시장을 장악하면서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의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새롭게 불어닥친 모바일 및 AI 흐름에 뒤처졌고 TSMC, AMD, 엔비디아 등 후발업체들에 밀리면서 입지가 좁아졌다. 이에 인텔은 최근 매각설까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올 들어 주가가 올 들어 56%나 급락했고, 지난 달 31일 발표한 3분기 실적은 166억 달러 손실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에서 역량을 키워 온 엔비디아는 챗GPT와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된 AI 시대를 맞아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고 있다. 엔비디아는 자체 GPU 프로그래밍 언어인 쿠다(CUDA) 를 내세워 챗GPT 등 AI 챗봇의 학습 및 추론을 위해 필요한 AI칩 가속기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이에 엔비디아는 주가가 지난 해 2배 이상 급등한데 이어 올해도 현재까지 173% 가량 상승(주식 분할 반영)하며 당당히 전 세계 시가총액 2위 기업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3조3210억 달러로 1위 기업인 애플(3조3890억 달러)도 추격권 내이다. 사실 시장에서는 지난 6월 엔비디아의 주식 분할 이후 다우지수 편입설이 꾸준히 제기되어 오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다우지수 조정으로 양측의 명암은 더욱 엇갈릴 전망이다. 영국 투자업체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의 수산나 스트리터 자금시장 책임자는 "다우존스 편입의 지위를 잃는 것은 평판 측면에 있어 인텔에 또 다른 충격이 될 것"이라며 "이는 또한 인텔이 다우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포함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의미하고, 그렇게 되면 주가는 더욱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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