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이하 현지시간) 치러지는 미국 대선을 앞둔 마지막 주말 경합주 유세에서 두 후보는 치열한 네거티브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서로를 향해 “복수에 집착하는 트럼프”, “해리스 승리 시 대공황” 등 말폭탄 공세를 퍼부었다. 특히 초박빙 판세 속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해리스는 ‘낙태권’, 트럼프는 ‘불법입국’ 등 각자 승리 카드로 생각하는 이슈를 부각하며 한 표를 호소했다.
2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해리스는 이날 경합주인 조지아의 최대도시인 애틀랜타에서 가진 유세에서 트럼프를 향해 “점점 불안정해지고, 복수에 집착하고, 불만에 사로잡혀 있다”며 “견제받지 않는 권력을 위해 나선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트럼프는 (당선되면) 백악관 집무실에 정적 명단을 들고 들어갈 것”이라며 “내가 당선되면 나는 여러분들을 위해 할 일의 목록을 들고 들어갈 것인데, 물가 낮추기가 목록 최상위에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도 해리스를 향한 비판의 날을 세웠다. 트럼프는 경합주인 노스캐롤라이나 유세에서 “해리스는 비전이 없고, 아이디어도 없으며, 해법도 없다”며 “해리스가 러시아나 중국에게 전쟁을 못 하도록 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느냐”고 반문했다. 또 그는 “해리스는 경제에 대한 이해가 아이 수준에 불과하다”고도 했다. 이어 두 번째 유세장소인 버지니아 세일럼으로 이동한 트럼프는 “해리스가 이기면 여러분들은 1929년과 유사한 경제공황에 바짝 다가서게 된다”고 주장했다.
선거전 막판 두 후보는 낙태권 보장과 불법 이민 문제 해결 등 자신에게 유리한 이슈를 강조하는 한편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는 데 집중했다. 해리스는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에서 열린 이날 두 번째 유세에서 트럼프가 연방 차원에서 낙태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뒤집기 위해 재임 중 보수 성향 대법관 3명을 연달아 임명한 것을 지적했다. 그는 “(로 대 웨이드 판례 폐기로) 지금 미국에서 여성 3명 중 1명은 ‘트럼프발 낙태 금지’가 적용되는 주에 거주한다”며 “노스캐롤라이나도 그에 포함된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전국적으로 낙태를 금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트럼프는 노스캐롤라이나 그린스보로에서 진행한 이날 세 번째 유세에서 “(자국에서) 살인으로 유죄 선고를 받은 1만3000명 이상의 불법이민자가 국경에서 붙잡힌 뒤 미국으로 유입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선에서 이겨) 취임하면 첫날 미국 역대 최대 규모의 (불법체류중인 외국인) 범죄자 추방에 착수할 것”이라며 “나는 침략당하고 정복당한 모든 도시와 마을을 구해낼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번 대선이 해리스·트럼프의 초접전 양상으로 흐르는 가운데 높은 사전투표율도 관전포인트다. 플로리다대학 선거연구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30분 기준 전국에서 사전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는 7500만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2020년 대선에서 투표한 전체 유권자(약 1억5843만명) 중 47%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날 기준 사전투표를 마친 유권자 중 54%는 여성, 44%는 남성이다. 인종별로는 백인(64.5%)이 가장 많았고, 연령별로는 41세 이상 유권자(75.6%)가 많았다. ABC방송이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함께 지난달 27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해리스는 사전 투표를 했다고 밝힌 유권자 사이에서 62%의 지지를 받았고, 트럼프는 33%에 그쳤다.
“해리스, 한인 등 아시아계 표심 구애…트럼프측은 관심없어”
한편, 해리스는 한인을 포함한 미국 내 아시아계 표심 결집에 힘을 쏟고 있다. 그는 언론기고를 통해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한국 어머니의 삶을 자신 어머니와 연결 짓고, 한국의 최대 명절인 추석을 기념하기 위해 처음 마련한 백악관 축하 행사,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 등을 언급하며 한국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해리스는 “한인 커뮤니티의 열망을 보호하고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해리스는 한·미동맹을 인도·태평양과 전 세계 안보와 번영의 핵심축으로 규정하면서 “한국이 상당한 규모의 방위비 분담금을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소수이긴 하지만 승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재미 한인 유권자의 표심에 구애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아시아·태평양계(AAPI) 미국인 연구기관인 AAPI 데이터에 따르면 해리스가 후보가 되기 전 아시아계 남성과 여성은 각각 46%, 47%로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다. 해리스가 후보가 된 후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 지지율은 72%, 남성은 59%로 뛰어올랐다. 다이앤 웡 러트거스 대학교 조교수는 “해리스측은 아시아계 미국인을 대상으로 9000만 달러 이상의 광고비를 지출했다”며 “반면 트럼프캠프의 수석고문이자 대변인인 스티븐 청은 중국계 미국인이지만 아시아계 미국인을 타깃으로 삼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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