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윤석열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 불참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는 4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윤 대통령 대신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올라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대독할 전망이다. 11년 만의 총리 대독 연설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 동안 여야 대치 상황 속에서도 매년 대통령이 국회를 찾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해왔다.
이를 두고 여당은 야권의 과도한 정부 비판으로 인한 정쟁 우려 때문에 윤 대통령이 국회에 오기 힘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야당은 시정연설 불참 자체가 국민을 무시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이 대통령을 탄핵하겠다고 거리에 나서는 상황에서 차분한 시정연설이 되겠나"라고 방어막을 쳤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올 경우) 정쟁의 한 장면이 연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총리가 대독하는 방향으로 잡은 걸로 안다"며 "역대 사례를 봐도 총리가 대독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윤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 참석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대통령실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졌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윤 대통령은 더는 국민을 멀리해서는 안 된다"며 "더는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미루지 말고, '명태균 의혹'을 비롯해 모든 의혹에 대해 윤 대통령이 명백히 밝히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1987년 민주화 이후 최초로 국회 개원식 불참 기록을 남기더니 끝내 시정연설도 포기하려는 것 같다"며 "개원식도 싫고 시정연설도 싫다니, 대통령 자리가 장난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강 원내대변인은 "시정연설은 677조원에 달하는 혈세를 어떻게 쓸지 국민께 허락을 구하는 자리"라며 "여기에 더해 올해는 '명태균 녹취' 의혹이나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 의료 대란 등 다른 현안도 많다. 피한다고 능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정연설 불참은) 국회 무시를 넘어 국민을 무시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10년 넘게 이어져 온 대통령 시정연설의 아름다운 전통도 무참히 깨뜨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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