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는 오해다.
반려동물로 개를 많이 키우다 보니 개물림 사고로 인해 광견병에 걸리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에는 고양이를 비롯해 너구리, 박쥐, 원숭이 등 모든 포유류로부터 감염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특히 쥐, 토끼, 햄스터 등 설치류는 광견병에 감염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 한 여성이 햄스터에 물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포유류를 키우는 사람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광견병에 전염돼 사망까지...전 세계 사례는?
2019년 노르웨이 여성 A씨가 휴가지에서 만난 떠돌이 강아지를 보살폈다가 광견병에 걸려 일주일 만에 사망했다. 지난 7월 베트남에서는 3세 소년이 반려묘에게 손을 물려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 아이는 수일 동안 구토 등 광견병 증세를 보이다가 한 달 만에 사망했다. 사망 전 아이는 비명을 지르고 물이나 음식을 못 삼키고 침을 흘리는 등 증상이 악화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 스페인에서는 38세 여성이 애완용 햄스터에게 물린 후 응급실에 갔지만 끝내 사망했다. 이례적인 상황에 영국 햄스터협회 측은 "20년 동안 햄스터를 키워 왔지만 그런 상황은 처음"이라면서 "햄스터는 보통 인간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질병을 옮기지 않는다. 사람의 면역 체계가 심각하게 약화된 경우에만 이러한 극단적인 결과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박쥐로 인한 광견병 감염 사례가 매년 1~3건으로 보고되고 있다. 2019년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인간 광견병 사례 10건 중 7건이 박쥐 때문이었다.
2018년에는 6살 소년이 박쥐에 물린 뒤 병원에 가지 않아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고, 2021년 미국 일리노이주에서는 박쥐에 목을 물린 80대 남성 B씨가 광견병에 전염돼 한 달 만에 숨졌다. B씨의 집에서 박쥐 군락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광견병이 도대체 뭐길래?
광견병은 사람이 광견병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동물에게 물려 감염되는 질병으로, 대표적인 인수공통감염병(동물이 사람에 옮기는 감염병)이다. 물을 두려워하게 되는 특징 때문에 '공수병(恐水病·Hydrophobia)'이라고도 불린다.감염은 주로 바이러스에 노출된 동물에게 물려 발생하지만, 감염된 박쥐가 서식하는 동굴 내에서 공기 전파, 타액이 점막이나 상처에 묻어 전파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각막이나 간 등 이식을 통해 감염된 사례도 보고됐다.
잠복기는 일반적으로 20~90일로, 환자가 물린 부위에 따라 달라진다. 얼굴을 물린 경우보다 발끝에 물린 경우 증상이 더 늦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초기에는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며, 병이 진행될수록 불안감, 공수증(물 등의 액체를 삼키게 되면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고 심한 통증을 느끼기 때문에 생기는 물을 두려워하는 증상), 바람에 대한 두려움(감각기관이 바람에 과민하게 반응하기 때문) 등 신경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난 후 2~7일 뒤에 전신 신경, 근육이 마비를 일으켜 혼수상태에 빠지고 호흡 장애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광견병의 치사율은 100%에 달한다.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감염 후 증상이 나타나면 평균 7일, 치료를 받아도 평균 25일 이내에 모든 환자가 사망하게 된다.
따라서 예방이 최선이다. 광견병 유행 지역을 여행할 때는 동물과의 접촉을 피하고, 접촉이 예상된다면 미리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좋다. 또한 집에서 키우는 개, 고양이는 광견병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동물에게 물렸다면 즉시 비누로 닦은 후 흐르는 물에 상처를 씻거나 소독제를 사용해 상처 부위를 소독한 후 병원을 방문해 백신 접종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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