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부유층과 기업에 미납 세금이 있는지 자체 조사해 납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지방 세무 당국은 최근 몇 달간 부유층과 기업에 미납 세금을 확인해 납부할 것을 요청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자체 검사 후 미납분이 없다는 내용의 증명서까지 제출하라고 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최근 미납 세금 관련 조사 결과와 납부 내역을 직접 발표하는 상장 기업도 급증했다. 일례로 하이선(하이정)제약은 지난 10월 자체 점검을 통해 1800만위안(약 34억원)의 미납 세금과 연체료를 파악했다고 밝혔으며, 의료장비 제조업체 올젠스(아오징) 메디컬은 세무당국 통보에 따라 지난 9월 800만 위안(약 15억5000만원) 납부 사실을 공개했다. 구이저우 가스도 2000만 위안의 세금을 추가로 납부했다고 했다.
사실 중국 지방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 6월에도 한 차례 대두됐다. 당시에도 중국 상하이·선전거래소에는 상장사들의 세금 체납에 따른 실적 악화를 예고하는 공시가 이어진 바 있다.
이는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로 인한 재정 악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주요 세수원 중 하나인 토지 매매 관련 세금은 올해 1∼3분기에 지난해 대비 25%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전국 세수는 5.3% 줄었다.
FT는 이 같은 조치가 이번 주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경기 부양책과 맞물려 시행되고 있으며 지방 정부의 재정 회복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다. 이날부터 8일까지 중국 정부가 앞서 예고한 경기 부양 정책을 승인할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격) 상무위원회가 개최된다.
이 같은 지방정부의 체납세 납부 움직임은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의 부유층 사이에서 불안과 두려움을 유발하고 있다고 중국 현지 세무사는 전했다.
대안투자운용협회(AIMA)의 리커성 아시아·태평양 공동 책임자는 "중국의 엄격한 세수 확보 노력은 현실적이고 필요한 것이지만, 규제 조치가 강화될 경우 투자자들의 신뢰에 불안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베이징의 한 경제학 교수도 "지방 당국이 기업에 추가로 벌금과 세금을 부과하는 일이 매일같이 일어나고 있으며, 이는 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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