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이네요. 이 조명, 온도, 습도···." 한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자가 남긴 말이다. 장소, 날씨, 몸 상태 등 하나하나가 모여 '분위기'를 만든다는 의미다. 영화도 마찬가지. 그날의 기분, 나의 경험이 영화의 '평가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최씨네 리뷰'는 필자의 경험과 시각을 녹여 관객들에게 영화를 소개하는 코너다. 조금 더 편안하고 일상적으로 담아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가끔 그런 주문을 받을 때가 있다. 클래식하면서도 모던하고, 유연하지만 강단 있으며, 힙하면서도 자연스러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라는 거다. '이게 무슨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소리냐' 싶은데, 이런 황당한 주문을 실현한 작품들이 더러 있다. 어우러지지 않을 것 같은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고 전형성을 탈피하며 자기만의 개성을 빛내는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작품이.
이는 영화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감독 김민하)에 대한 소감으로 이어진다. 입시 지옥에 내몰린 수험생들을 주인공으로 한 공포영화인 줄 알았더니 여러 장르를 징검다리 삼아 뛰어넘는다. 어느 방향으로 향할지 예측할 수 없고, 확장한 이야기들은 키치하게 엮어낸다. 부족한 부분은 정면돌파 하여 의도한 방향으로 이끌고 독특한 리듬감으로 관객을 춤추게끔 한다. 정말이지 얄밉다. 이런 돌연변이 때문에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주문을 계속하는 걸 테니까!
영화 감독 지망생 지연(김도연 분)과 촬영 감독을 꿈꾸는 현정(강신희 분)은 은별(손주연 분)의 연기 학원 과제를 돕기 위해 모인다. 촬영 장비를 살피던 이들은 우연히 방송반 캐비닛에서 1998년 촬영된 비디오테이프를 발견한다. 비디오에는 수능 문제 답안을 얻기 위해 귀신과 숨바꼭질을 벌이는 선배들의 모습이 담겼다. 지연과 현정, 은별은 비디오를 본 이후 환영에 시달리고 비디오테이프의 정체를 쫓다 학교괴담의 실체를 알게 된다.
한편 지연과 친구들은 저주를 풀기 위해 종교부를 운영하는 미스터리한 2학년 후배 민주(정하담 분)를 찾아간다. 그는 선뜻 지연과 친구들을 돕겠다고 나서고, 귀신과의 숨바꼭질에 동참한다.
재기발랄을 스크린으로 옮긴 듯하다. 영화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의 인상 깊은 대목은 공포영화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면서도 다양한 장르로 확장해 냈다는 점이다. 입시 지옥에 내몰린 수험생과 학교 폭력 등 공포영화의 본질인 사회 문제를 들여다보고 이를 해체한 뒤 개성을 담아 재조립했다.
또 영화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가 매력적인 건 젊음을 부르짖지 않기 때문이다. 'MZ 호소인'을 자처하거나 '젊은 감성'처럼 보이려고 애쓰지 않고 오히려 '세대 공감'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확장하려 한다. 그 시기를 지나온 이라면 누구나 느꼈을 법한 고민과 갈등을 펼쳐놓고 사랑스러운 태도로 짚어낸다.
사랑스럽고 귀엽지만 '아메바 소녀들'이 다루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소녀들의 우정과 성장 그리고 연대가 다음 세대의 용기로 이어진다. 건강한 인물들이 위기를 극복하고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캐릭터의 독특한 화법과 키치한 무드도 영리한 운영 방식으로 읽힌다. "내일은 개교기념일이니 아무도 오지 않겠지" "속닥속닥" 등 직관적인 대사는 효율적이고 영화의 독특한 무드로 받아들여지며, 스크린과 객석의 벽을 깨는 '지연'의 시도는 실험적으로 느껴진다. 허를 찌르는 웃음은 덤. 부족한 부분은 조악하게 과장하여 도리어 영화의 개성으로 보이게끔 만든다.
배우들의 활약도 만족스럽다. 영화감독을 꿈꾸는 '지연' 역의 김도연은 극의 핵심으로 책임감 있게 이야기를 이끈다. 그동안 다수의 드라마를 통해 내공을 쌓은 그는 영화에 완벽히 흡수돼 극 중 인물로 활약한다. 연예인 지망생 '은별'을 연기한 손주연도 인상 깊다. 캐릭터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인물의 완급 조절을 매끄럽게 해냈다. 극의 활력을 높이는 일등 공신이다. '민주' 역의 정하담의 존재감도 독보적이다. 한국어와 엉터리 일본어를 오가며 기묘한 분위기를 완성한 그는 캐릭터가 우습지 않고 유머러스하게끔 했다. 촬영 감독 지망생 '현정' 역의 강신희도 배우들과 조화롭게 어울렸다. 인물 간 케미스트리를 끌어내며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영화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은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왓챠가 주목한 장편상과 감독상 수상으로 2관왕에 올랐고 제24회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24회 가오슝영화제, 제30회 스웨덴 룬드 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4회 자카르타 필름 위크 등 국제 영화제에서도 주목 받았다. 이미 6편까지 기획·구상했다는 귀띔. 극장에서 놓치기 아까운 작품이다. 11월 6일 극장 개봉. 관람등급 15세 이상이며 러닝타임 90분이다.
가끔 그런 주문을 받을 때가 있다. 클래식하면서도 모던하고, 유연하지만 강단 있으며, 힙하면서도 자연스러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라는 거다. '이게 무슨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소리냐' 싶은데, 이런 황당한 주문을 실현한 작품들이 더러 있다. 어우러지지 않을 것 같은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고 전형성을 탈피하며 자기만의 개성을 빛내는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작품이.
이는 영화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감독 김민하)에 대한 소감으로 이어진다. 입시 지옥에 내몰린 수험생들을 주인공으로 한 공포영화인 줄 알았더니 여러 장르를 징검다리 삼아 뛰어넘는다. 어느 방향으로 향할지 예측할 수 없고, 확장한 이야기들은 키치하게 엮어낸다. 부족한 부분은 정면돌파 하여 의도한 방향으로 이끌고 독특한 리듬감으로 관객을 춤추게끔 한다. 정말이지 얄밉다. 이런 돌연변이 때문에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주문을 계속하는 걸 테니까!
영화 감독 지망생 지연(김도연 분)과 촬영 감독을 꿈꾸는 현정(강신희 분)은 은별(손주연 분)의 연기 학원 과제를 돕기 위해 모인다. 촬영 장비를 살피던 이들은 우연히 방송반 캐비닛에서 1998년 촬영된 비디오테이프를 발견한다. 비디오에는 수능 문제 답안을 얻기 위해 귀신과 숨바꼭질을 벌이는 선배들의 모습이 담겼다. 지연과 현정, 은별은 비디오를 본 이후 환영에 시달리고 비디오테이프의 정체를 쫓다 학교괴담의 실체를 알게 된다.
한편 지연과 친구들은 저주를 풀기 위해 종교부를 운영하는 미스터리한 2학년 후배 민주(정하담 분)를 찾아간다. 그는 선뜻 지연과 친구들을 돕겠다고 나서고, 귀신과의 숨바꼭질에 동참한다.
재기발랄을 스크린으로 옮긴 듯하다. 영화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의 인상 깊은 대목은 공포영화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면서도 다양한 장르로 확장해 냈다는 점이다. 입시 지옥에 내몰린 수험생과 학교 폭력 등 공포영화의 본질인 사회 문제를 들여다보고 이를 해체한 뒤 개성을 담아 재조립했다.
또 영화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가 매력적인 건 젊음을 부르짖지 않기 때문이다. 'MZ 호소인'을 자처하거나 '젊은 감성'처럼 보이려고 애쓰지 않고 오히려 '세대 공감'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확장하려 한다. 그 시기를 지나온 이라면 누구나 느꼈을 법한 고민과 갈등을 펼쳐놓고 사랑스러운 태도로 짚어낸다.
사랑스럽고 귀엽지만 '아메바 소녀들'이 다루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소녀들의 우정과 성장 그리고 연대가 다음 세대의 용기로 이어진다. 건강한 인물들이 위기를 극복하고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캐릭터의 독특한 화법과 키치한 무드도 영리한 운영 방식으로 읽힌다. "내일은 개교기념일이니 아무도 오지 않겠지" "속닥속닥" 등 직관적인 대사는 효율적이고 영화의 독특한 무드로 받아들여지며, 스크린과 객석의 벽을 깨는 '지연'의 시도는 실험적으로 느껴진다. 허를 찌르는 웃음은 덤. 부족한 부분은 조악하게 과장하여 도리어 영화의 개성으로 보이게끔 만든다.
배우들의 활약도 만족스럽다. 영화감독을 꿈꾸는 '지연' 역의 김도연은 극의 핵심으로 책임감 있게 이야기를 이끈다. 그동안 다수의 드라마를 통해 내공을 쌓은 그는 영화에 완벽히 흡수돼 극 중 인물로 활약한다. 연예인 지망생 '은별'을 연기한 손주연도 인상 깊다. 캐릭터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인물의 완급 조절을 매끄럽게 해냈다. 극의 활력을 높이는 일등 공신이다. '민주' 역의 정하담의 존재감도 독보적이다. 한국어와 엉터리 일본어를 오가며 기묘한 분위기를 완성한 그는 캐릭터가 우습지 않고 유머러스하게끔 했다. 촬영 감독 지망생 '현정' 역의 강신희도 배우들과 조화롭게 어울렸다. 인물 간 케미스트리를 끌어내며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영화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은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왓챠가 주목한 장편상과 감독상 수상으로 2관왕에 올랐고 제24회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24회 가오슝영화제, 제30회 스웨덴 룬드 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4회 자카르타 필름 위크 등 국제 영화제에서도 주목 받았다. 이미 6편까지 기획·구상했다는 귀띔. 극장에서 놓치기 아까운 작품이다. 11월 6일 극장 개봉. 관람등급 15세 이상이며 러닝타임 90분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