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 정치9단] '쇄신' 미온적인 尹…與 "정면돌파"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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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현 기자
입력 2024-11-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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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한·친윤 불문 "尹, 정권 재창출 위해 뭐든지 해야"

  • 변화·쇄신 요구 분출…尹 7일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운데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운데)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0일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공천 개입 의혹'이라는 암초를 만난 가운데 여당 내부에서도 '결자해지'를 촉구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그간 침묵을 지켰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인적 쇄신과 국정기조 전환을 촉구하는 작심 발언을 쏟아낸 것을 필두로 당내외 다수 인사들이 이에 동조하는 모양새다. 

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대국민 사과 △대통령실 참모진 전면 개편 △쇄신 개각 단행 △김건희 여사 대외 활동 중단 △특별감찰관 즉각 임명 △국정 기조 전환 등을 공개 요구했다. 

한동훈 대표는 "뭔가 감추고 빼고 더 하려고 하다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 될 것"이라며 "당내 원로·중진 여러분을 비롯해서 많은 분들이 의견을 주셨고, 지금이 위기라는 점과 변화와 쇄신이 신속하게 필요하다는 점에 이견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민심이 매섭게 돌아서고 있다. 독단적인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의 반감이 커졌다는 점을 아프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국정 기조의 내용과 방식이 독단적으로 보인 부분이 있었는지 점검하고 시정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31일 윤 대통령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 크게 불거졌지만, 한 대표는 별도 입장을 내지 않은 채 용산과 물밑 소통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독단적'이라고 표현할 만큼 발언 수위가 올라간 것은 결국 용산 대통령실이 한 대표의 쇄신안을 거부했고, 이에 대한 불만 표시라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여기에 각종 여론조사에서 집권 후 최저수준 지지율을 보이고 '보수 심장' 대구·경북(TK) 지역까지 민심 이반 현상이 확인되는 것은 치명적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전야와 비슷한 분위기"라며 "빠른 시점에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제2의 탄핵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현안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왔던 당 최고위원들도 계파를 가리지 않고 윤 대통령의 국정 기조를 한목소리로 우려하며 국정쇄신을 주문하고 있다. 

친한(친한동훈)계 장동혁 최고위원은 최고위에서 윤 대통령을 겨냥해 "국민은 정치를 걱정하는데 정치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귀를 닫고 있다"며 "민심의 역풍을 이기는 방법은 국민께 겸손해지는 것이다. 국민의 목소리를 따를 때"라고 직언했다.

김종혁 최고위원도 "대통령 지지도가 10%대로 추락하고, 반대가 70%를 넘는 이 끔찍한 현실을 언제까지 모른 채 할 것인가"라며 "현실을 회피하고 비겁한 변명만 늘어놓다가 국민들로부터 버림받을 것인지 아니면 현실을 직시하고 용기를 내서 변화와 쇄신을 해나갈 것인지 이제는 선택해야 된다. 정권을 재창출할 것이냐. 아니면 반납할 것이냐"라고 쏘아붙였다.

친윤(윤석열)계 인사인 김재원 최고위원도 "대통령실은 적극적으로 주도적으로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 지금은 국면 전환을 위해서 뭐든지 해야 할 때"라며 "시간이 지나면 점점 더 강력한 조치를 해야 할지 모른다. 지금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시기"라고 우려했다. 

그는 "어떤 조치를 할 것인지 이미 많은 제한이 있으리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호불호를 따질 것이 아니고, 가능한 것과 가능하지 않은 것을 나열해 놓고 가능한 것은 빨리 조치해야 한다"고 시급성을 강조했다.

같은 날 추경호 원내대표와 3선 중진의원 간담회에서도 대통령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비공개 회의 후 김성원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방법론적인 것은 개별적으로 말할 사안이 아니지만, 당과 대통령실의 변화가 필요하지 않나. 국민 눈높이에 맞춰 저희가 함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하지 않느냐는 말이 나왔다"라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범야권도 지난 주말 장외 투쟁에 돌입하는 등 사실상 윤 대통령 탄핵을 겨냥하고 있다. 결국 윤 대통령은 오는 7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실시하기로 했다. 

당초 대통령실은 성태윤 정책실장이 5일 4대 개혁 등 국정 성과를 발표하고, 6일에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외교·안보 분야 현안과 성과를 설명한다고 예고했다. 국정쇄신 등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직접 입장 표명은 이달 중순 외교 일정을 마치고 이달 말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윤 대통령은 오는 15~16일 페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18~19일 브라질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해외 순방 일정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순방기간 국내 분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우려가 있기에 본인의 등판 시점을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집권 하반기 정책과 4대 개혁 추진 방향 등 국정 쇄신 방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특히 '명태균씨 논란'에 대한 입장도 나올 전망이다. 다만 민주당이 이른바 '명태균 녹취록' 일부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거짓해명 논란이 불거질 경우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   

또 기자회견에서 MBC 등 그간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에게도 질문 기회를 줄 것인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세 번의 기자회견을 가졌지만, MBC는 지상파 방송국 중 유일하게 단 한 차례도 질문 기회를 얻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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