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의 아주경제적 시선] 미국보다 낮은 잠재성장률…한국 경제 역동성 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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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입력 2024-11-1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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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미국의 성장은 눈부시다. 공화 민주를 불문하고 자국 중심의 경제정책을 추진하면서 소득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에 의하면 지난해 미국의 1인당 국민소득(GDP)은 8만1632달러였다. 2026년에 9만 달러, 2029년에는 10만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0년 코로나 기간을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GDP)만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소득이 증가하면 하락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잠재성장률이 미국은 트럼프가 집권을 시작한 2016년 1.8%에서 금년 중 2.1%까지 상승하고 있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의 분석이다.

<미국경제 잠재성장률 추이와 전망>
자료 미국 의회예산국CBO
[자료: 미국 의회예산국(CBO)]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하락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OECD가 추정한 올해 우리나라 잠재 성장률은 2%다. 2020년에서 21년까지 2.4%였다가 2022년 2.3%로 하락하더니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를 기록하고 있다. 5년 사이 0.4%P가 떨어졌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노동과 자본 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동원하면서도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 수준을 의미한다.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기초체력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소득수준이 높은 국가일수록 낮은 경향이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학계의 견해이지만 GDP 규모가 한국의 15배 이상이고 소득 수준이 높은 미국보다 한국은 잠재성장률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낮아졌다. 국내 잠재성장률은 지난 2020년부터 급락했다. 2020∼2021년 2.4%였지만, 2022년 2.3%로 하락한 이후 지난해 2.0%까지 뚝 떨어졌고, 올해도 2.0%로 유지됐다.

한국의 행보는 미국 외에 주요 국가와도 대비된다. 영국·독일 등의 국가도 잠재성장률이 반등하는 추세다. 독일은 2020년 0.7%에서 올해 0.8%로 소폭 올랐다. 영국은 2020년 0.9%에서 지난해 1.2%, 올해 1.1% 수준으로 집계됐다. 반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하락일변도인 것은 구조적인 변화 없이는 선진국보다 더 빠르게 퇴보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국 잠재성장률 추세와 기여도 분석
자료 한국은행
[자료: 한국은행]
잠재성장률은 노동증가율 자본증가율 총요소생산성증가율의 합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우선 노동력에서 저출산과 고령화로 생산연령인구가 가파르게 감소하는 반면, 미국은 외국인 유입이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5세에서 64세 생산연령인구 비중은 2022년 71.1%에서 2072년 45.8%로 급감할 전망이다. 반면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고령인구의 비율을 뜻하는 노년부양비는 올해 27.4명에서 2072년 104.2명으로 치솟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저성장의 덫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고령인구의 노동력 활용제고 등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구조개혁이 절실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자본증가율 기여도도 하락하고 있다. 기업의 투자가 바람직한 수준만큼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겹겹이 짓누르는 규제, 높은 세금, 강성노조, 높은 임금으로 한국 기업들의 해외탈출은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 해외로 진출한 국내 기업이 2816곳에 달한 반면 해외에서 돌아온 국내 복귀(유턴) 기업은 22곳에 불과했다.

미국은 ‘리쇼어링’으로 불리는 기업 복귀 정책이 효과를 발휘해 매년 평균 300곳 이상의 자국 기업이 돌아오고 있다. 일본의 유턴 기업도 연평균 600곳을 넘는다. 반면 한국은 지난 5년간 유턴 기업 수가 총 108곳에 그쳤다. 그중 대기업은 4곳에 불과하다. 자동차 산업만 봐도 일본 도요타·혼다·닛산 등은 미국과 멕시코 공장을 자국 내로 옮기거나 해외 생산 물량의 일정 비율을 국내 생산으로 돌리는 등 리쇼어링 성과가 뚜렷하다. 반면 현대차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 돌발 악재 탓에 러시아·중국 공장을 폐쇄하면서도 리쇼어링 대신 인도에 새 공장을 짓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 같은 차이는 한국과 경쟁국의 기업 투자 여건이 천양지차인 데서 비롯된다. 한번 고용하면 사실상 해고가 불가능한 낡은 노동법, 최저임금 과속 인상에 따른 과도한 인건비, 세계에서 가장 경직적이라는 주 52시간제, 산업재해 사망 때 최고경영자가 감옥행을 감수해야 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수도권 공장 입지 규제 등 이중 삼중의 규제가 주는 공포가 기업들을 해외로 내몰고 있다. 무역투자진흥공사 조사에 따르면, 해외 진출 기업의 95%는 “국내 유턴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노동조합에 가입한 직원 비중이 높은 제조기업일수록 한국을 떠날 가능성이 커진다는 학술 논문도 나오고 있다. 노조 가입자 비중이 25~50%인 제조업체는 0~25%인 기업에 비해 해외 진출 가능성이 2.1배 높았다. 노조 권한이 강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해외 이탈 가능성이 1.5배, 노사 관계가 대립적인 기업은 1.6배 높다는 진단이다. 강성 노조의 과도한 요구로 기업이 골머리를 앓고, 신규 공장을 노동 환경이 한국보다 훨씬 유연한 외국에 세운 사례는 숱하게 많다. 현대차는 1996년 충남 아산 공장 이후, 기아는 1997년 경기 화성 3공장 이후 새 공장을 전부 해외에 세웠다.

기업의 국내 투자를 위해선 정부가 노조의 불법 파업에 엄정 대처하는 한편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는 데도 앞장서야 한다. 제도적 측면에서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획일적인 주 52시간 근로제를 탄력 적용으로 바꾸는 일이다. 반도체업계는 연구개발(R&D) 분야에도 주 52시간제가 일률 적용되다 보니, 연구원들이 새벽까지 일하는 엔비디아나 주 7일 근무도 마다하지 않는 TSMC에 밀릴 수밖에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여야 민생공통공약추진협의회가 올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반도체산업은 안보면에서도 중요한 전략산업이지만 각종 주민들의 민원, 전기 용수 문제도 발목을 잡고 있다. 480조원의 생산유발효과와 직간접 고용효과도 192만명으로 추정되는 용인 반도체 산단도 수년째 첫 삽도 못 뜨고 있고 전기 용수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미국의 막대한 보조금 지급, 일본 구마모토 반도체 산단의 속전속결 건설과는 너무나 안이하고 차원이 다른 문제들이 한국 기업들을 해외로 내쫓고 있다.

노동생산성도 우선 우수인재가 양성되어야 하는데 40여 년째 이어지고 있는 평준화교육은 수학포기자를 양산하고 19년째 이어지고 있는 대학반값등록금으로 전국 대학들은 인재양성은커녕 재정이 피폐해 존속 자체를 걱정하고 있는 지경이다.
노동 자본투자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어야 경제의 역동성이 살아난다. 지금 상태와 같은 미봉책으로는 한국 경제는 선진국 문턱에서 추락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경제의 역동성을 살릴 수 있는 규제혁파 세제개혁 노동개혁 교육개혁을 강도높게 추진하라.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통화연구실장 ▷금융경제연구원 부원장 ▷한국국제금융학회장 역임 ▷고려대 경제학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 ▷자유시장연구원장 ▷서울지방시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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