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보험사가 고객의 사망 보험금을 신탁해 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내용을 중점으로 하는 보험금청구권 신탁 제도를 도입한다. 종합신탁업 자격을 가진 생명보험사는 800조원 넘는 신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차별화 전략을 마련하고 나선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오는 12일부터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보험금청구권 신탁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그동안 신탁 대상에서 제외했던 보험금을 신탁사에 맡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앞서 당국은 올해 3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고, 지난 9월 제도를 시행하려 했다. 그러나 법제처의 법안 심사 연기 등으로 일정이 밀리며 제도 시행이 11월로 연기됐다.
보험금청구권 신탁 제도는 보험 계약자가 사망 시 보험금이 법률 분쟁과 같은 문제 없이 지정해 둔 수익자에게 쓰일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예컨대 수익자가 미성년자일 때는 장기간에 걸쳐 신탁사에서 보험금을 나눠 지급할 수 있다. 또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에게 부당하게 보험금이 돌아가는 걸 막을 수도 있게 된다.
다만 이번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일반사망보험에 한해 적용된다. 재해나 질병에 따른 사망 등 발생 여부가 불확실한 특약사항이나 신탁계약 체결 당시 보험계약대출이 있으면 신탁이 불가능하다. 수익자도 직계존비속과 배우자로 제한한다.
이번 제도 도입에 따라 보험업계에는 신시장이 열리게 됐다. 올해 6월 말 기준 생명보험사 22곳의 사망 담보 계약 잔액은 882조7935억원에 달한다. 현재 국내 보험사 중 종합신탁업 자격을 가진 생보사는 삼성·한화·교보·미래에셋·흥국생명으로 5곳뿐이다.
해당 생보사들은 모두 이미 보험금 신탁 사업에 나서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사망 보험금에 대한 신탁 서비스는 보험사별로 내용이나 수준을 크게 차별화하기 어려운 만큼 신탁을 포함해 어떻게 새로운 상품을 구성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2007년 종합신탁업 자격을 획득한 삼성생명은 유언대용·장애인·치매 등 신탁 사업을 해왔고, 현재 신상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관련 상품을 개발할지 검토 중이며 흥국생명은 이번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계기로 향후 재산종합신탁으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별도 태스크포스(TF)팀을 가동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도 사망 보험금 신탁 관련 신상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보험권 관계자는 “보험금청구권 신탁 자체가 큰 수익이 되지는 않겠지만 신탁계약을 포함해 어떤 상품을 개발하는지가 관건”이라며 “고령화로 인해 늘고 있는 자산관리 수요가 금융사의 새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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