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김건희 여사 관련 각종 의혹들이 불기소 처분됐다는 이유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 법조계는 '수사 마비'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다수당의 탄핵 남발을 막을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주당은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 이 지검장 탄핵소추안을 올릴 예정이다. 서울중앙지검이 김 여사 주가조작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무혐의 처분해 면죄부를 줬다는 것이 탄핵 소추 이유다. 무혐의 처분을 이유로 검사장이 탄핵되는 것은 처음이다.
탄핵소추안은 재적 의원 과반 찬성으로 의결되는데 민주당이 170석을 차지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선 본회의로 탄핵소추안이 올라가면 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가결되면 헌법재판소가 국회 소추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까지 서울중앙지검장 직무 수행은 즉시 정지된다.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전국 최대 검찰청으로 경찰청과 국세청 등 주요 권력 기관 수사를 지휘하고 약 70% 넘는 수사 건수를 처리하고 있다. 소속 검사만 전체 검사 중 10분의 1인 250여 명에 이른다. 서울중앙지검장 직무 정지로 지휘부 공백이 생기게 되면 각종 수사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헌법재판소가 6인 체제라는 점도 서울중앙지검장 공백 장기화를 초래할 수 있다. 현재 헌재는 국회가 퇴임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한 후임자를 선출하지 않아 공석인 상태다. 서울중앙지검장 탄핵은 파장이 큰 사안이라 6인 체제에서 결정을 내리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및 위증교사 혐의 사건 공소 유지,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방문 의혹,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수수 의혹 수사 등을 모두 서울중앙지검에서 맡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서울중앙지검장 탄핵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탄핵 제도 오남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은 앞서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특혜 개발 의혹'과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의혹'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의결한 바 있다. 탄핵 본질에 맞지 않는 '표적 탄핵'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탄핵제도는 일반적인 징계절차로 파면하기 어려운 고위공직자의 불법을 통제하기 위한 제도로, 예외적 파면절차라 할 수 있는데 최근 국회 탄핵소추 남발로 이런 점이 무시되고 있다"며 "탄핵소추로 검사의 직무가 정지되고 수사가 지연되면 민주당이 의도하는 목적이 달성된다는 점에서 권한 오남용을 막을 방법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탄핵소추 제도가 남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입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용섭 변호사는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만으로 자동적으로 권한 정지를 인정하는 제도는 국회의 다수당에 의해 악용될 소지가 있고, 이 같은 제도는 미국이나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 운영하지 않는 낙후된 제도"라며 "권한 정지 제도로 인해 탄핵소추가 정치적으로 남용되고 있으므로 자동적인 권한 정지 제도의 폐해를 시정하기 위해 법을 시급히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