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이 BTS 곡 중 런의 뮤직비디오 촬영지입니다."
지난 3일 해가 강가에 내려앉은 시간에 머리가 하얗게 센 어르신이 파란 깃발을 흔들며 노들섬 중앙 한강대교 아래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피부색과 옷차림이 각기 다른 외국인 10여 명이 신난 듯 발걸음을 재촉하며 뒤를 따랐다.
앞서가던 어르신은 서울을 찾는 BTS 팬클럽 A.R.M.Y(아미)를 대상으로 데이투어를 진행하는 가이드였다. 그는 “BTS 10주년 성지순례라는 제목의 유튜브를 보고 네덜란드, 말레이시아, 대만 등 여러 나라 아미들이 노들섬을 많이 찾는데 한강대교 아래인 이곳이 마지막 코스”라고 설명했다. 가이드의 “런” 한마디에 외국인들은 BTS 뮤직비디오 장면을 따라 달리는 모습을 흉내 내며 단체 사진을 남겼다.
아미들에게 BTS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알려진 노들섬은 원래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일몰 맛집’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레트로 감성을 자아내는 한강철교와 그 너머 63빌딩 등을 배경으로 찍은 ‘노들섬 인생샷’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에서 왔다는 파멜라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노들섬 저녁노을의 아름다움을 알게 됐다. 파멜라는 “한국에서 외국어를 가르치는데 오늘은 날씨가 좋아 수업 준비를 하러 밖으로 나왔다”며 “인스타그램에서 봤던 노들섬이 기억나서 와봤더니 한강이 너무나 예쁘고 따라 걷기도 좋아 다음엔 피크닉을 하러 와야겠다”고 말했다.
혼자 돌에 걸터앉아 한참 동안 지는 해를 바라보던 프랑스인 안나이스는 여행지 중 하나로 노들섬을 정했다고 했다. 안나이스는 “한 달 동안 한국을 여행했고 이제 일주일 남았는데 노들섬을 보지 못하고 가는 게 아쉬울까 봐 오늘 들렀다”며 물 위에 반사되는 노을빛을 보며 “뷰티풀 선셋!”이라고 했다.
한강에는 일몰을 감상하기 좋은 명소가 여럿 있지만 그중 노들섬은 좀 더 특별하다. 한강대교 가운데 위치해 바쁜 서울 도시에서 분리된 느낌을 준다. 또 한강철교 위를 지나는 지하철, 강 너머 노들섬을 지나는 자동차 소리가 희미하게 공간을 채워 도리어 고요함을 경험하게 해준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복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기 위해 노들섬을 찾는다.
이날도 노들섬에는 휴대폰에 풍경을 담는 사람들, 돗자리를 펴고 앉아 치킨, 김밥 등 각종 음식을 먹으며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자연과 어우러진 공간으로 설계된 점도 노들섬의 매력이다. 특히 노들섬 동쪽 숲은 자연 생태를 그대로 보존한 노들생태숲으로 조성돼 있다. 노들생태숲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동물인 맹꽁이 서식지로 맹꽁이 보호와 서식지 보전을 위해 제한적으로 출입할 수 있다.
노들섬에서는 다양한 전시, 음악 공연, 페스티벌 등도 경험할 수 있다. 노들섬은 2019년 문화 예술을 매개로 한 복합문화기지로 새롭게 태어났다. 각종 공연이 열리는 라이브하우스, 다양한 미술 전시가 상시 열리는 노들갤러리, 책과 함께 쉴 수 있는 노들서가, 미디어아트를 활용한 전시를 경험할 수 있는 노들라운지 등 노들섬 곳곳이 문화 체험 공간이다.
노들섬은 이르면 2027년 ‘글로벌 예술섬’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지난 5월 말 서울시는 노들섬 국제 설계공모 최종 당선작으로 뉴욕의 ‘베슬’ 등을 설계한 세계적인 건축가 토머스 헤더윅의 ‘소리풍경’을 선정했다. 한국의 산 이미지를 다양한 곡선으로 연출해 세계인의 눈길을 끌 환상적인 건축물로 재탄생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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