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대출 규제와 대출금리 인상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달 경매로 나온 아파트 물량이 3500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수도권도 찬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서울 아파트 경매 건수는 전달보다 2배 이상 늘었다.
9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총 3493건으로 전달 2933건보다 19.1% 늘었다. 이는 3593건을 기록한 2020년 11월 이후 최다 건수다.
서울도 경매 물량이 크게 늘었다. 지난달 서울 시내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380건으로, 9월 169건과 비교해서는 2배 이상 늘었다. 월별 기준으론 2015년 4월 401건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경기 역시 10여년 만에 최다 건수를 기록했다. 10월 경기 지역 아파트 진행 건수는 809건으로 전달 594건보다 36.2% 늘었다. 이는 2014년 12월 845건 이후 가장 많은 경매 건수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고금리로 이자 부담을 이기지 못한 매물이 늘어나는 가운데 대출 한도 축소에 따른 매수세 위축이 심화하면서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아파트 경매 낙찰률은 전국적으론 올랐지만 서울 지역에선 주춤했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경매 낙찰률은 40.0%로 전달 36.7%보다 3.3%포인트(p) 올랐다. 감정가 대비 낙찰된 금액 비율을 나타내는 낙찰가율은 같은 기간 86.3%에서 87.2%로 0.9%p 증가했다. 평균 응찰자 수는 6.1명으로 전달 6.6명과 비교해 0.5명 줄었다.
서울 시내 아파트 낙찰률은 41.3%로 9월에 기록한 45.6%보다 4.3%p 떨어졌다. 노원구 등 외곽지역 아파트 위주로 두 번 이상 유찰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낙찰률 하락에 영향을 끼쳤다.
다만 낙찰가율은 전달 94.3%보다 2.7%p 오른 97.0%로 집계됐다. 2022년 6월(110.0%) 이후 2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를 중심으로 낙찰가율이 100% 이상인 고가낙찰 비중이 높아진 영향이다. 강남구는 지난달 평균 낙찰가율이 107.5%에 달했다. 서초구는 107.3%, 송파구는 101.3%를 기록했다.
평균 응찰자 수는 전달 6.6명보다 1.4명 줄어든 5.2명으로 22개월 만에 최저 경쟁률을 나타냈다.
경매로 나온 서울 아파트 가운데 가장 많은 응찰자가 몰린 곳은 강동구 암사동 강동롯데캐슬퍼스트다. 이 아파트 경매엔 23명이 몰리며 97.7%의 낙찰가율을 기록했다.
다음은 21명이 응찰한 송파구 오금동 현대아파트다. 사람이 몰리면서 감정가(20억7000만원)에 근접한 20억6400만원에 낙찰이 이뤄졌다. 낙찰가율은 99.7%다.
한편 지난달 최고 낙찰가 물건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토지다. 1586㎡ 규모 대지가 감정가 486억6786만원보다 300억원가량 비싼 801억5900만원에 낙찰됐다. 입찰 당시 2명이 참여했으며, 낙찰자는 삼성전자로 확인됐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해당 대지는 각종 상업시설과 아파트 단지가 가까워 유동 인구가 많고,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서초대로 등과도 접근성이 좋다"면서 "강남권에서 나대지가 부족하고, 높은 미래가치를 고려해 공격적인 가격으로 입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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