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이 결정되면서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의 가격이 연일 신고점을 경신하고 있다. 여기에 이르면 올해 말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옵션 상품 출시가 예고돼 있어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과의 시너지가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8일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30분 현재 비트코인은 전일보다 1.7% 오른 7만613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사상 처음으로 7만4000달러에 진입한 비트코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7만5000달러를 넘겼다. 이후 등락세를 거듭하더니 이날 오전엔 7만6000달러를 넘어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당선되면 친(親)가상자산 정책을 펼칠 것임을 꾸준히 언급해 왔다. 여기에 비트코인 현물 ETF의 옵션 상품이 조만간 출시될 가능성이 커지며 가상자산 시장의 새로운 상승재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품이 출시되면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사고파는 거래뿐 아니라, 비트코인 현물 ETF 가격이 오르는 경우와 내리는 경우에 각각 베팅할 수 있는 옵션 거래가 가능해진다. 비트코인이 투자자산으로서의 기능과 영역을 한 번 더 확대하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현물 비트코인 ETF가 비트코인 투자자층을 넓혔던 것처럼 또 다시 다양한 계층의 기관투자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정석문 코빗리서치센터 고문은 "일부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ETF 옵션 출시의 파급효과로 비트코인의 변동성 감소, 비트코인 담보 대출 촉진, 선물 베이시스의 하락 등을 우려한다"면서도 "비트코인이 가치 저장 수단으로 저변을 확대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변화는 비트코인이라는 신생 자산에 효과적인 성장 촉진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에서 다양한 비트코인 ETF 상품이 출시된다고 하더라도 국내 승인이 단기간에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국내 자본시장법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모든 가상자산 현물 ETF 발행과 중개를 허용하지 않는다.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법이 규정하는 ETF 기초자산에 가상자산이 포함돼 있지 않아 ETF 승인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민관 가상자산 정책기구인 가상자산위원회가 지난 6일 출범하면서 국내 승인 기대감도 커지고 있지만 당장 승인 시기를 가늠하긴 힘든 상황이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려면 법인의 가상자산 보유가 허용되고 자본시장법이 개정돼야 하기 때문에 논의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장보성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상자산 혁신성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실제 유용성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가 아직 남아 있고 각국 시장규율이 정립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여건을 고려할 때 주요국 선례와 그 명암에 대해 충분한 평가가 이루어진 이후에 국내 현물 ETF 출시와 관련한 제도적 검토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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