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증권사들이 올해 3분기 국내 주식거래 감소에도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국내 시장을 떠난 개인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거래가 급증하며 수익을 방어했고 우호적인 금리 상황도 이익 개선에 힘을 보탰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의 3분기 영업이익은 총 1조50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9%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실적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미래에셋증권이었다. 이 회사 영업이익은 114.2%나 증가한 3708억원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도 91.2% 늘어난 3835억원이었다.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도 50% 넘는 증가율을 보였다.
대부분 실적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를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컨센서스를 41.6% 웃돌았고, 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각각 14.1%, 16.9% 상회했다. NH투자증권은 컨센서스보다 8.7% 낮았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1조 클럽'에 복귀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올해 3분기 누적 연결 기준 순이익은 1조416억원이었다. 순익 1조원을 넘긴 건 2021년 이후 3년 만이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도 1조1587억원에 달했다.
증권사들이 호실적을 기록한 건 서학개미가 늘었고 금리 하락으로 인한 채권평가이익 개선 덕분이다. 올해 3분기 증시가 급락을 겪으면서 거래량이 급감했지만 해외 주식 거래가 늘면서 브로커리지(위탁 매매) 수익 악화를 방어했다. 미래에셋증권은 해외 주식 수수료 수익이 전년 대비 147.9% 급증했다.
금리가 내려가면서 이에 따른 채권평가이익도 개선됐다. 3분기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분기 대비 37.1bp(1bp=0.01%포인트) 하락했다. 금리 하락은 증권사에 우호적으로 작용한다. 금리가 내려가면 부동산 시장과 기업금융(IB) 업황이 회복되면서 IB 딜 증가로 실적도 개선된다.
한국투자증권의 운용부문 순영업수익은 2882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493억원에서 급증했다.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운용 이익이 확대되고 KIS 발행 달러채 환율 변동으로 인한 환산이익이 발생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삼성증권의 운용손익도 1514억원에서 2855억원으로 88.6% 늘었다.
주관 점유율이 높았던 증권사들은 IB부문 성적표가 양호했다. 미래에셋증권의 IB 수수료 수익은 5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7% 늘었고, NH투자증권의 IB 관련 수익도 131.3%나 증가했다.
3분기 미래에셋증권은 기업공개(IPO) 주관 점유율 17%를 차지했다. NH투자증권은 주식자본시장(ECM) 주관 점유율 16.3%, 부채자본시장(DCM) 대표주관 점유율 18.1%를 기록했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은 최근 거시 환경 변동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실적을 시현하고 있다"며 "과거 국내 브로커리지 중심 사업구조에서 해외 주식으로 수익 다변화, 리테일 및 기업 신용공여 확대 등에 따른 이자수익 확대, IB 및 트레이딩 등 자기자본 활용 비즈니스에서 기회 차익 확보 등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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