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큰 차이로 해리스 후보를 누르고 승리하였다. 그의 승리는 선거 전략의 성공과 더불어 인플레이션, 불법 이민 등 경제적 이슈가 받쳐주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세계 주요국들의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인플레이션이 높은 데 비해서 미국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평가받지만 미 유권자들의 정부에 대한 불만은 높았던 모양이다. 특히, 경제에 대한 불만이 많은 상황에서 민주당의 불법이민에 대한 비범죄화, 백인 상류층 등에 대한 외연 확장 시도가 전통적 지지층인 흑인, 라틴계, 노조원 등의 외면을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제1기에서 경험한 예측 불허의 발언과 정책에 질린 대부분의 나라들은 트럼프 후보의 패배를 기대했던 것 같다. 언론도 박빙 내지는 기껏 트럼프 후보의 신승 정도로 예상하고 있었으니 예측의 부정확성을 떠나 실망의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미국의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우위를 점하면서 사실상 트럼프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는 사라졌다. 트럼프를 기소하고 유죄판결도 받아낸 특검도 곧 기소를 취소할 예정이라고 한다. 세계사에 좋지 않은 선례로서 반면교사의 교훈으로 받아들여야 할 사건이라고 하겠다. 바른말 하던 측근들이 있던 제1기와 달리 트럼프 말을 따르는 사람들로 내각과 백악관이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트럼프가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각국 정부는 계산에 바쁘고 트럼프 진영의 유력인사와 줄을 대려고 분주한 모습이다.
경제문제도 정치·군사적인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경제문제는 무역적자 해소와 불법 이민 등으로 요약된다. 먼저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수단은 관세의 인상이다. 트럼프는 어느 나라 가릴 것 없이 10~20%의 보편적인 관세부과를 말하면서 주 타깃인 중국과 멕시코 등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부과를 언급하고 있다. 대미 흑자 1위국가로 2023년 대미 흑자가 2800억 달러에 이르는 중국은 2018년 3%가량이던 대미 관세를 현재는 19%대로 물고 있다. 트럼프의 공언대로 중국에 대해 최소 60%의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의 대중 수입 비중은 현재의 11%대에서 1%로 급락하게 된다는 연구가 있다. 아예 미국에서 중국 상품이 사라진다는 이야기다. 미국의 대중 압박과 중국의 건설 불황 등 내수 침체로 중국의 세계 GDP 비중은 미국의 60%대로 떨어졌다. 2030년에는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소위 차이나 피크는 옛날 얘기가 되고 말았다. 트럼프 1기부터 시작되었고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이어진 대중 투자 및 기술 제한은 중단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중책을 맡을 것으로 보이는 라이트하이저 전 USTR 대표는 아예 중국과의 영구적 정상무역관계(PNTR)를 폐기하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트럼프는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100~200%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엄포까지 놓고 있다. 가뜩이나 경제 상황이 어려운 중국이 미국의 공세를 고분고분 받을 리는 없고 일전불사를 외치면서 대미 맞불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
다음은 멕시코이다. 트럼프 1기 때 NAFTA를 USMCA 협정으로 바꾸면서 북미지역의 자동차 북미지역 부가가치 기준을 높였다. 멕시코는 대미 수출과 무역흑자 규모에서 중국과 1~2위를 다투는 나라이고 미국의 대중국 무역 제재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나라이다. 관세 부담을 피하고자 중국 등이 멕시코 투자를 통한 대체 생산을 늘렸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니어-쇼어링 필요성은 이러한 현상을 가속시켰다. 트럼프는 미국 경제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안 되는 멕시코 투자를 경유한 대미 수출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멕시코산 자동차에 200% 관세까지도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미국과 역사적으로 원한이 많은 나라인 멕시코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직전 대통령인 암로(AMRO)가 시작한 후 지난달 취임한 셰인바움(Sheinbaum) 대통령이 추진 중인 사법개혁 등으로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미국은 멕시코 국민이 선출한 판사가 무역·투자, 노동·환경 관련사건 등을 편파적으로 판결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멕시코는 또 불법 이민과 마약 생산지로서 미국의 타깃이 되고 있다. 미국 내 불법 이민자 약 1000만명 중에서 멕시코 사람은 수백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마약 또한 골칫거리이다. 트럼프는 멕시코가 불법 이민과 마약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멕시코의 대미 수출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하고 있고 2026년 USMCA 정례 재검토를 아예 재협상으로 바꾸겠다고 하고 있다. 대미 흑자국은 중국, 멕시코에 이어 베트남, 독일, 일본, 캐나다, 한국, 대만 등이다. 독일 등 유럽연합 국가들은 미국의 보편관세에 대해 우려하고 있고 중국, 한국 등의 우회수출 기지로 의심받는 베트남도 차이나+1의 주요 국가로 미국의 관세 부과 타깃이 되고 있다.
우리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우리나라는 윤석열 정부 들어 안보는 물론 경제도 미국과 함께한다는 정책 기조를 취해 온 것이 사실이다. 1기 트럼프 마지막 해인 2020년 200억 달러도 되지 않던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작년에 그 두 배가 넘는 444억 달러로 늘었다. 한국의 대미 흑자 규모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의 대미 투자와 일자리 기여는 경쟁국 중에서 단연 으뜸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지원법(Chips Act) 등으로 한국 반도체, 2차 전지 기업들의 대미 투자가 수백억 달러에 이르고 보조금 수혜 예정 규모도 70억 달러에 달한다. 트럼프가 대미 투자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서 한국에 대한 보조금을 줄이지 않는다면 다행이지만 대미 투자가 줄지 않는 선에서 보조금 규모와 관세를 딜을 할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한·미 FTA 개정도 요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에 올인한 셈인 우리로서는 이제 와서 일본 일각에서처럼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것도 쉽지 않다. 자발적으로 선불금을 냈으니 고려해 달라고 요구를 하고 미국 상품 구매를 늘리는 등 대미 흑자 규모를 줄이는 방안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1930년에 통과된 미국의 스무트-홀리법은 2만개 수입품에 평균 60%의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대공황을 악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럼프가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힘에 의한 통상압박은 세계적 무역 붕괴와 경제난을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트럼프는 관세 부과가 돈이 안 들고 감세로 인한 재정수입을 보충할 수 있어 좋다고 한다. 그러나 관세가 국제적 상대가격을 변화시켜 시장의 자원배분을 비효율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보조금보다도 더 안 좋다는 것이 정설이다. 특히 무역이 중요한 한국으로서는 힘든 인내의 시간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제1기 트럼프 시대를 거치면서 우리에게도 학습의 기회가 있었고 인적 네트워크도 생겼으며 맷집도 좋아졌다. 판을 주도할 수 없는 우리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시간이 될 것이다. 세계 경제에 큰 상흔을 남길 트럼프 제2기도 지금으로부터 4년 뒤인 2028년 말이면 끝이 난다. 그때를 상상하면서 우리는 버텨 나가야 한다.
이학노 필진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과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경제학 박사 △통상교섭민간자문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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