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완승했다. ‘선거가 과학이다’라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통신사 AP, 조사회사 갤럽, 뉴욕타임스와 CNN 등이 발표한 자료에 근거해 2024년과 이전 대선 2020년의 표심 변화를 분석하면 트럼프는 오히려 백인남성(-2%)으로부터 표를 잃었지만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텃밭인 흑인남성(+1%), 히스패닉(+8%), 백인여성(고졸이하 : +17%), 그리고 청년들에게 더 많은 선택(+6%)을 받아 당선된 것이다. ‘준비된’ 트럼프의 선거전략 승리였다.
‘괴짜 또라이’ 혹은 ‘이상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트럼프가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을까?
크게 5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먼저 가장 큰 승리요인은 무엇보다도 트럼프가 새 흐름을 만들어낸 주역이다. 국정방향을 바꾸고, 기존 정치문화를 깨트린 것이다. ‘더 많은 변화’인 트럼프식 ‘창조적 파괴’로 성공했다. 기존 정치문법과 틀에서 벗어나는 승부사의 기질을 보여주었다. 공화당 출신으로 성공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성공 레거시를 이어받으면서도 기존 가치를 ‘지양’하고 새 구호를 제시했다.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외친 것이다. 레이건이 먼저 사용한 구호를 이어받았지만, 완전히 뒤엎는 방향과 내용이었다. 80년대 미국 레이건이 주도한 ‘국제자유무역질서’(신자유주의)를 파괴하고, 자국보호주의로 반세계화에 선봉에 서는 것을 선택했다. 대신 국수주의, ‘애국주의’를 들고 나왔다. 전통적인 동맹이나 ‘세계경찰’ 역할은 설 자리가 없게 된다.
트럼프는 또 해리스와 민주당의 약점을 잘 간파하고 있었다. 노동자 친화적인 민주당이 오히려 노동자를 홀대하는 정당으로 변질되어 있었다. 세계화의 끝머리에 선 클린턴, 오바마, 바이든 정부를 거치면서 ‘거만한 엘리트 정당’, 말문을 막는 ‘초자아’의 그룹싱킹 문화로 자유로운 개인의 표현과 할 말을 막는 집단으로 추락했다고 비판받는다. 세계화에 피해를 입은 대표적인 지역이 과거 부자동네였지만 지금은 추락한 펜실베이니아주 등이다. 과거 민주당의 텃밭이 현재 트럼프의 우군이 된 것이다. J.D 밴스 부통령 후보의 ‘힐빌리의 노래’가 상징이다.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노동계급을 저버린 민주당이 그들로부터 외면받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라틴계와 흑인노동자들도 민주당에 분노하는 것이 옳았다”고 비판했다.
둘째, 트럼프는 해리스보다 미국 이슈를 잘 선점해 국민 마음을 파고들었다. 트럼프가 경제와 이민문제, 해외개입 축소를, 해리스는 전통적인 진보 가치인 민주주의와 낙태 이슈를 들고 나왔다. 트럼프 이슈가 더 소구력과 호소력이 있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의 실정과 ‘노추’가 또 트럼프 당선에 일등 공신이 되었다. 왜냐하면 바이든 대통령 집권 동안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70%를 넘었고, 인플레이션 등 실적이 없는 역대 무능한 대통령으로 평가받았다. 초고령임에도 불구하고 노욕으로 재선에 도전했고, 중도에 포기함으로서 민주당은 제대로 준비할 후보를 선택할 수 없게 되었다. 바이든 현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도는 41%로 이는 2020년 재선에 실패할 당시 트럼프 대통령(50%)보다 낮았다. 초스피드와 인공지능 시대에 미국 국민들은 참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바로 정권교체하는 성질을 보여주었다. 이는 우리도 문재인 정권의 실정으로 인한 현 정부로의 정권교체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셋째, 철 지난 낡은 이념이 선거를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는 심리전’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트럼프는 심리전에서 3가지 즉 공포, 분노, 사랑을 적절하게 활용했다. 먼저 트럼프는 지갑(경제), 이민, 가족 이슈를 가지고 공포로 갈라치기에 성공했다. ‘고양이’(?)여성 vs 보통여성, 안정된 히스패닉·흑인 vs 동성애, 마약 등에 우호적인 히스패닉과 흑인, 그리고 젊은 여성 vs 남성의 갈라치기로 민주당의 표를 가져와 승리했다. 이어 분노를 일으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수시로 욕하고 말을 바꾸었다. ‘당신은 해고야’(you are fired), ‘거짓말쟁이’, ‘미치광이’ 등 해리스와 바이든을 공격해 분노를 일으켰다. 포스트모던 시대에 진실과 허상이 뒤범벅되는 현실을 잘 활용했다. 분노의 역겨움을 일으키기 위한 심리전으로 “불법 이민자들이 개고기와 고양이 고기를 먹는다”고까지 주장했다. 가짜뉴스가 난무하는 가운데 이념보다 개개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심리전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선거에서 새 심리전을 전개했다”고 평가한다. 특히 트럼프는 자신만이 올바르다고 주장하는 워크니즘과 P.C(정치적 올바름)의 거만한 민주당 엘리트주의를 거침없이 깨부수고 대중과의 호흡에 맞추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사랑의 심리전, 애국포퓰리즘에 호소했다.
넷째, 트럼프는 트레이드마크, 즉 리더로서 자리매김에 나섰다. 푸틴, 시진핑, 김정은 등 스트롱맨에 맞서는 리더이자, 이들 악당을 자신의 무대에 등장시켜 흥행에 성공시키는 전략을 보였다. 선거 다음날인 6일 갤럽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리더십에 대해 미국인 59%가 카리스마 지도력이 있고, 52%가 위기극복 역량이 있으며, 49%가 시민친화적이고, 41%가 책임감이 있고, 38%가 호감적이라고 응답했다. 여러 지표에서 해리스보다 높게 나타났다.
다섯째, 마지막으로 엔터테인먼트 흥행사로서 ‘선거무대’ 연출에서도 능수능란했다. 트럼프는 항상 본인이 주연이었고 나머지는 조연이었다. 반면 해리스는 주연과 조연이 뒤섞인 인상을 주었다. 오바마, 스위프트, 윈프리 등 수많은 셀렙이 등장했지만 오히려 해리스의 리더십이 허약해 보이게 만들었다. 반면에 트럼프 가족들과 최고 부자 일론 머스크가 빛나는 조연 역할을 잘 수행했다. 해리스를 돕는 여가수 스위프트나 이혼녀 등 싱글 여성을 공격해 가족 가치를 높이고, 거만한 페미니즘을 공격하는 11명의 자녀를 둔 머스크가 뛰어들면서 환호를 받았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게리 커스톨 교수는 <뉴딜과 신자유주의> 저서에서 '새 정치질서가 나타날 것인가?'라면서 트럼프 시대를 '정치적 무질서와 기능부전으로 과도기'라고 진단한다.
트럼프 당선 영향력이 글로벌 정치에서 나타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 “독일 출신 트럼프가 독일이 상대하기 가장 어려운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독일 고급지(FAZ)는 전망한다. 통상 마찰로 독일이 약 105억 유로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미 대선 이후 지난 8일 독일 ‘신호등 연정’(사민당+녹색당+자민당)이 무너졌다. 내년 3월에 조기총선을 치르게 된다. 미국 선거의 영향이 없다고 볼 수 없다. 탈규제를 내세운 자민당이 트럼프 노선을 따르기 때문. 이미 유럽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에서 극우포퓰리즘 정당이 집권하고 있다.
그럼 트럼프 2기가 대한민국과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크게 2가지 부문, 경제통상 및 외교안보국방으로 구분해 전망할 수 있다. 먼저 경제통상적으로 트럼프가 ‘대한민국을 ATM, 돈 찍어내는 기계’로 인식한 것을 어떻게 바꾸는가다. 담대한 고려 서희 같은 외교관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을 ATM 기계로 조롱할 때 전·현직 대통령과 여·야 대표 중 어느 누구도 문제 제기하지 않았다. 국민의 자존감과 연결된다. 경제강국으로 도약한 것은 독일막장(광원·간호원), 베트남 전쟁터, 사우디 모래 터 등에서 피땀 어린 노력의 결과다.
독일의 유명한 사회철학자 막스 베버는 <소명으로서의 정치>에서 리더의 최고덕목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dennoch), 즉 강자에게 할 말하는 용기를 강조했다. 거래의 기술자에게 더 큰 거래를 할 수 있는 통 큰 리더십을 말한다. 외교안보국방에서도 현명한 대처가 요구된다. 트럼프 집권이 오히려 한반도 평화와 현 정부에 기회가 될 수 있고, 노벨평화상 기회가 올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와의 브로맨스가 다시 올 때 문재인 정부처럼 기회를 ‘날리지’ 말고 새 판짜기가 필요하다. 북한은 우·러 전쟁에 파병(1만명)해 비판받아 마땅하다. 1965년부터 박정희 대통령의 월남전 파병(5만명)과 비교할 수 있다. 또 소련이 1945년 8월 7일 일제 항복 1주일 전에 참전해 전리품을 챙겼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역시 냉혹한 계산이 있으리라"고 보는데, 전쟁종식을 외친 미국 트럼프와 푸틴 양쪽에게 협상 패를 갖기 때문. 트럼프시대 한·미관계가 좋아질 수 있고, 나빠질 수 있다. 필요하면 핵무장도 추진할 수 있다. <트럼프의 귀환> 저자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은 “한반도 정세에 새로운 유연한 대비와 평화를 구축하는 메테르니히 같은 외교리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트럼프 당선이 주는 최고 시사점은 한국판 MAGA인 ‘자강’(自强), 자주국방과 경제최강국이다. 이를 이끌 통 큰 리더가 있는가!
<미대선 2024년과 2020년 인구사회학적 표의 변화>
공화(%) | 민주(%) | ||
백인남성 | 2024년 | 59 | 39 |
2020년 | 61 | 38 | |
백인여성(고졸이하) | 2024년 | 65 | 34 |
2020년 | 48 | 50 | |
흑인남성 | 2024년 | 20 | 78 |
2020년 | 19 | 79 | |
흑인여성 | 2024년 | 7 | 92 |
2020년 | 9 | 90 | |
라틴계남성 | 2024년 | 54 | 44 |
2020년 | 36 | 59 | |
라틴계여성 | 2024년 | 37 | 61 |
2020년 | 30 | 69 | |
청년들(19세~29세) | 2024년 | 42 | 55 |
2020년 | 36 | 60 |
김택환 작가
국가비전전략가·독일전문가로 활동. <넥스트 코리아> 등 넥스트 시리즈 8권을 포함 20권 이상 집필한 작가. 독일 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중앙일보 전문기자로 재직했다. 국회·지자체·삼성전자 등에 350회 이상 특강한 강사로 미래전환정책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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