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선으로 인해 국내 조선업계의 수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가 윤석열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한국 조선업계의 기술력과 가치를 높이 평가하며 향후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자가 중국 해군력을 경계하는 동시에 화석연료 사업 강화라는 정책 목표를 내걸고 있는 만큼 조선업계에선 MRO(정비·수리·운영) 분야 수주 확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국내 조선업계가 수혜를 입을 분야로 MRO 사업이 거론된다. MRO는 함정과 지원 선박의 유지, 보수, 정밀검사를 말한다. 해상에서 최적의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 엔진을 관리하고, 함정 정밀검사와 보수를 한다.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해군 함정 내 특정 구성요소와 시스템을 관리하기도 한다.
트럼프 당선자는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으며 선박 수출뿐 아니라 보수·수리·정비 분야에서도 한국과 긴밀하게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계기로 미 해군 MRO 시장 진출에 공을 들여온 국내 조선 업계가 수주 확대 기회를 엿볼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국은 조선업이 쇠퇴하면서 함정 건조보다 퇴역이 더 빠른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중국의 군사력 증강 등 대외 요인으로 기존 함정의 MRO 수요는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해군 함정 MRO 시장 규모는 올해 577억6000만 달러(약 78조원)에서 2029년 636억2000만 달러(약 88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이 가운데 미국 시장 규모만 연간 약 20조원을 차지한다.
이에 미국이 사실상 포화 상태에 이른 미국 내 조선소의 한계를 동맹국인 한국을 통해 해결할 것이란 추측이 우세하다.
현재 수혜기업으로 거론되는 곳은 국내 조선사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등이다. 양사는 이미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MSRA(함정 정비 협약)를 체결한 상태다. MSRA는 MRO 사업을 위해 조선사가 미국 정부와 맺는 협약으로 높은 유지·보수 품질과 기술을 갖춘 조선업체와 맺는 인증 협약이다.
한화오션은 한화시스템과 총 1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필라델피아주 필리조선소 지분 100%를 인수하며 글로벌 MRO 전초기지도 구축한 상태다. 이 밖에도 지난 6월 미 해군과 함정정비 협약(MSRA)을 체결했고, 7월 미 군수지원함 창정비 사업을 4만여 톤(t) 규모로 수주했다.
HD현대중공업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MRO 사업 입찰에 뛰어들 계획이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9월 서울 한남동에서 열린 ‘한·미·일 경제 대화’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에게 미 함정 MRO 사업에 대해 “수익성을 검토해 조만간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LNG운반선, 유조선 등 상선 분야에도 긍정적인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가 화석 에너지 강화를 강조하며 원유·천연가스(LNG) 운송량 증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삼정KPMG는 “미국 제조업 활성화를 위한 수단으로 LNG·LPG 수요 및 수출 증가가 기대된다”며 “(LNG·LPG) 운반선 건조에 강점을 지닌 한국 조선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고 예상했다.
KPMG는 LNG 해상 물동량이 2021년 3억8000만톤(t)에서 2025년에 4억4100만t에 이를 것으로 봤다. 같은 기간 LPG 해상 물동량은 1억1300만t에서 1억3800만t으로 예상했다. 미국 수출량 역시 같은 기간 LNG는 6900만t에서 1억200만t으로, LPG는 5000만t에서 6500만t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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