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 퇴임을 앞두고 SH공사가 새로운 수장 선임에 들어갔다. 신임 사장은 두 차례의 심사와 오세훈 서울시장 지명, 서울시의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통상 2개월 이상이 걸리는 임명 기간을 고려할 때 내년 초까지 SH공사 경영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11일 SH공사에 따르면 SH공사 임원추천위원회는 지난 9일 최고경영자 모집 공고문을 냈다. 김 사장 퇴임을 불과 닷새 앞두고 낸 늑장 공모다. 김 사장 임기는 오는 14일 종료된다.
모집 공고문을 보면 공개경쟁으로 선출하는 SH공사 사장은 서울시민 주거 안정과 주거 복지를 담당하는 자리다. 임기는 3년이다. 학력과 전공 분야는 제한이 없다. 공직 또는 유사직종 근무 경험이 있거나, 관련 분야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해야 한다. 또한 지방공기업법에 따른 '임원의 결격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야 한다.
지원 서류 접수 기간은 오는 25일 오후 5시까지다. 서류 심사를 거쳐 12월 2일 SH공사 임추위 면접 심사가 이뤄진다. 임추위는 서울시의회 추천 3명과 SH공사 추천 2명, 서울시 추천 2명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됐다.
면접을 바탕으로 임추위가 후보 2명을 추천하면, 서울시장이 1명을 최종 후보자로 낙점한다. 최종 후보자는 서울시의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다만 시의회 동의가 필수는 아니다. 부적격 의견을 내더라도 서울시장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앞서 2021년 SH사장 공모 당시에도 시의회 반대에도 시장 의지로 임명이 이뤄졌다. 당시 1차 공모에선 최종 후보였던 김현아 전 의원이 자진 사퇴했고, 2차 SH사장 공모에선 임추위가 후보로 추천한 2명에 대해 오 시장이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이후 2차 공모에 지원했으나 임추위 심사 단계에서 탈락했던 김 사장이 3차 공모에 응시해 최종 후보에 올랐다. 시의회가 부적격 의견을 냈지만 오 시장이 임명을 강행해 같은 해 11월 15일 SH공사 사장에 취임했다. 첫 공모 5개월 만이다.
후임 사장 공모가 늦어지면서 SH공사는 상당 기간 경영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였다.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이뤄진다 해도 통상 2~3개월이 걸리는 임명 기간을 고려할 때 김 사장 뒤를 이을 신임 수장 취임은 내년 초에나 가능하다. 여기에 서울시의회가 반대하거나, 앞서처럼 수차례 공모가 반복된다면 취임 시기는 한참 더 밀릴 수 있다.
각종 현안 대응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SH공사는 서울 서초구에 2만 가구를 공급하는 서리풀지구 택지개발사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서리풀지구는 지난 5일 정부의 신규택지 발표에서 서울시의 신혼부부용 장기전세주택(미리내집) 공급지로 선정됐다. 여기에 들어서는 2만 가구 중 1만1000가구(55%)가 미리내집으로 배정됐다. 오 시장은 선정 당일 "서리풀 지구는 신혼부부와 청년층 주거 선호도가 높고 도심 접근성도 뛰어난 곳"이라며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주택 공급에 최우선 자원을 투입하겠다"고 강조했다.
내년 3월 운항 예정인 한강 리버버스 사업 추진도 시급하다. 오 시장의 역점 사업인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일환인 리버버스는 한강을 오가는 서울시 수상 대중교통이다. SH공사는 리버버스 운영사의 지분 51% 갖고 사업을 이끌고 있다. 여기에 리버버스 관련 안전성 문제와 특혜 의혹 등도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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